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가능성을 거론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8일 공화당 대선 후보 지명 수락 연설에서 “많은 핵무기를 보유한 누군가와는 잘 지내는 게 좋다”며 “돌아가면 김정은과 잘 지낼 것이다. 그도 나를 만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한반도, 대만 등을 언급하며 “3차 세계대전의 경계”에 위태롭게 서 있는 “현재의 국제위기를 모두 종식할 것”이라고도 했다. 20일 지역 유세에서는 “그의 관심은 핵무기를 사고 만드는 일밖에 없다”며 “나는 ‘긴장을 좀 풀고 다른 것도 좀 해보라’고 권했다. 그는 이미 많은 핵무기를 가졌으니까”라고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말에는 다시 집권하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날 뿐만 아니라 그를 핵보유국 지도자로 대우해줄 수도 있다는 뉘앙스가 담겨 있다. 그의 입에서 ‘북한’ ‘김정은’이 여러 번 언급됐지만, ‘한반도 비핵화’는 나오지 않았다. 그의 대선 승리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에서 흘려듣기 어렵다.
2019년 북·미 정상회담 합의 무산 이후 벌어진 일들을 보면 북한 비핵화는 불가능해졌다고 보는 게 현실적이다. 북한은 2020년 조 바이든 정권으로 교체된 뒤 대미관계 개선에 대한 미련을 접고 중국, 러시아와 함께하는 길로 전환했다. 국제사회 제어를 거의 받지 않고 핵·미사일 능력 증대에 매진했다. 북한은 지난 1월 현재 핵탄두 약 50개, 핵무기 70~90개를 만들 수 있는 핵분열 물질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북한 핵무장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과 비핵화 목표를 포기하는 것은 다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입장이 곧 미국 정부 입장으로 이어질 거라고 보기도 어렵다. 북·미가 어떤 식으로든 협상을 시작하더라도 궁극적 목표는 비핵화가 될 수밖에 없다.
물론 지금까지 확인한 것만으로도 트럼프 재집권이 미칠 영향에 한국이 긴장할 이유는 충분하다. 윤석열 정부는 그동안 북한 핵 능력 증대에 바이든 정부와의 동맹, 한·미·일 협력에만 기대 정책을 펴왔다. 중국, 러시아는 이를 자기 안보를 위협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한국과의 협력에 소극적으로 변했다. 트럼프 집권 후에는 이 모든 게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제재와 압박, 억지력 강화로만 문제를 풀 수 없다. 결국 협상을 통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대화 국면이 열릴 것에 대비해야 한다. 대북전단 살포를 방조하며 긴장 고조를 부채질할 때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