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여사 수사 과정 ‘검찰총장 패싱’ 시인
“일선 검찰청서 어떤 보고도 받지 못해”
대검 감찰부, 수사팀 상대 진상조사 나서
이원석 검찰총장이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에 대한 서울중앙지검의 조사 방식이 사실상 ‘특혜’였다고 시인했다. 이 총장은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으로부터 경위를 보고를 받은 다음 대검찰청 감찰부에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이 총장은 22일 출근길 취재진과 만나 “국민께 여러 차례 법 앞에 예외도 특혜도 성역도 없다고 말씀드렸으나 대통령 부인 조사 과정에서 이런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며 “국민들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20일 김 여사의 주가조작 및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조사하면서 검찰청사가 아닌 제3의 장소에 김 여사를 비공개로 조사했다. 김 여사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 총장이 조사 방식이나 장소, 시기 등을 사전에 보고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 서울중앙지검이 최종 명령권자인 검찰총장을 사실상 ‘패싱’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 총장은 이날 “일선 검찰청에서 어떤 보고도 받지 못했다”면서 “일선 검찰청을 제대로 이끌지 못한 것도 모두 제 책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남은 수사와 사건 처분에 있어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헌법 원칙이 반드시 실현되도록 제 모든 힘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총장은 이날 이창수 지검장을 따로 불러 김 여사에 대한 조사 경위를 보고받았다. 이 자리에서 이 총장은 이 지검장을 질책했고, 이 지검장은 여러 번 “죄송하다”고 사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장은 대검 감찰부에 중앙지검 수사팀이 어떠한 경위로 김 여사를 제3의 장소에서 조사한 것인지에 대한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은 주가조작 사건은 2020년 10월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배제했기 때문에 이 총장에게 보고해선 안되고, 총장에게 보고할 의무가 있는 명품가방 수수 사건은 조사할 수 있을지 여부를 확신할 수 없어 미리 보고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총장 패싱’에 따른 파장은 계속될 전망이다. 이 총장은 이달 초 박성재 장관에게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 복원을 구두로 요청했으나 거부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에서 형사1부에 파견돼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을 수사하던 김경목 부부장검사(사법연수원 38기)는 이날 이 총장의 진상파악 지시에 반발해 사표를 냈다.
대검은 진상조사 결과에 따라 징계 여부를 비롯한 추가적인 조치를 결정할 전망이다. 이 총장이 대검 감찰부에 진상조사를 맡긴 것도 징계 가능성에 대한 맥락이 담겨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 검찰 간부는 “형사부에서도 할 수 있는 진상조사를 감찰부에서 하는 것은 단순한 진상 확인을 넘어 징계와도 연결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다른 검찰 관계자는 “수사팀에서 어떠한 판단으로 보고를 하지 않았든, 이번 건은 (중앙지검의) 충분한 설명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이 총장은 일각에서 제기된 총장 사퇴론에 대해 당장은 선을 그었다. 이 총장은 “국민과 헌법 원칙을 지키겠다는 약속을 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을 최선을 다해 하고 부족하다면 제 거취에 대해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장의 임기는 오는 9월15일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