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살 순 없지 않습니까” 외친 파업 후 2년…하청노동자 삶 달라졌을까

2024.07.22 16:16 입력 2024.07.22 16:23 수정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조합원들이 22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정부의 조선업 상생협약을 비판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한수빈 기자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조합원들이 22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정부의 조선업 상생협약을 비판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한수빈 기자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하청 노동자들이 “이대로 살 순 없지 않습니까”를 외치며 파업을 한 지 2년이 지났지만 저임금, 다단계 하도급 등의 현실은 달라지지 않았다는 증언이 나왔다. 특히 1차 하청업체 소속 상용직 노동자(본공) 시급이 해마다 몇백원 오르는 데 그치다보니 상대적으로 시급이 높은 물량팀(재하도급)으로 옮겨가는 하청 노동자들이 늘고 있다.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화오션 하청 노동자 51일 파업 타결 2년’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지회는 2022년 6월2일부터 7월22일까지 51일간 파업을 벌여 하청 노동자 현실을 한국사회에 알렸다.

한화오션 하청업체에서 취부사(도면대로 가용접하는 노동자)로 일하는 이학수씨(46)는 2년 전 파업 당시 참여했다. 정부는 파업 이후 하청 노동자 임금 인상을 위해 조선업 원·하청 상생협약을 추진했지만 이씨에겐 먼 나라 이야기다. 16년 경력의 이씨 시급은 2021년 1만270원, 2022년 1만620원, 지난해 1만1270원, 올해 1만1730원이다.

그는 “올해 시급 1만1730원이라고 해봐야 잔업, 특근을 안 하면 월급은 270만원이고 최대 한도로 잔업, 특근을 했을 경우에도 월급은 358만원”이라며 “세금과 4대보험료 약 40만원을 공제하면 실수령액은 월 230만~320만원 정도”라고 말했다.

조선업은 수주 호황기를 맞았지만 하청 노동자 임금은 제자리걸음이니 하청 노동자들은 아예 조선소를 떠나거나 상대적으로 시급이 높은 물량팀으로 이동한다. 조선소 생산인력은 크게 원청 정규직 노동자, 1차 하청업체 본공, 1차 하청업체로부터 재하도급을 받는 물량팀 등으로 나뉜다.

이씨는 친하게 지내던 동료도 본공을 그만두고 삼성중공업 물량팀으로 갔다고 전했다. 그는 “저임금을 버티지 못해 본공이 떠난 자리는 이주노동자나 물량팀 노동자가 채우고 있다”며 “정부는 상생협약이니 뭐니 해서 홍보를 했지만 현장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15년간 본공으로 일하다 1년 전부터 물량팀으로 일하고 있는 용접사 A씨는 “물량팀의 월급 실수령액은 본공보다 두 배 정도 많지만 노동강도가 훨씬 높고 고용이 불안정하다”며 “본공 임금이 어느 정도 오르고 상여금도 최소 300% 생긴다면 물량팀보다 본공이 더 낫다”고 말했다.

하청 노동자들은 원청의 블랙리스트 취업제한 관행도 여전하다고 증언했다. 지회 조합원인 하청 노동자 B씨는 최근 한화오션의 임시 하청업체에 채용돼 안전교육을 받고 출입증까지 받았다. 그는 “첫 출근 뒤 하청업체 대표와 면담을 했다. 대표는 ‘임시 하청업체는 조합원이 있으면 원청이 폐업을 시킨다’고 하면서 노조를 탈퇴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지회가 지난 4~6월 한화오션 하청노동자 47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18%(87명)는 블랙리스트 피해를 직접 당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다만 한화오션·삼성중공업 등 원청 조선소들은 그간 블랙리스트 존재를 부인해왔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