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고용 확산 위해 ‘취업규칙 변경 절차 완화’ 검토하는 노동부

2024.07.24 15:15 입력 2024.07.24 15:44 수정

2016년 1월19일 당시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이 ‘노사정 합의 파기 선언’ 기자회견 중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양대지침(쉬운 해고 및 취업규칙 변경 요건 완화)을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이 파기의 계기가 됐다. 서성일 기자

2016년 1월19일 당시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이 ‘노사정 합의 파기 선언’ 기자회견 중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양대지침(쉬운 해고 및 취업규칙 변경 요건 완화)을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이 파기의 계기가 됐다. 서성일 기자

고용노동부가 계속고용(재고용·정년연장·정년폐지)을 위한 임금체계 개편 과정에서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절차를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계속고용에 따른 임금삭감은 취업규칙이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바뀌는 것이라 노동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조 또는 노동자 과반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노동계는 노동조건 변경에 대한 노동자의 집단적 동의 원칙에 예외를 두는 것은 부적절하고 지적했다.

이정식 노동부 장관은 24일 한국폴리텍대학 서울정수캠퍼스에서 열린 ‘중장년 고용노동정책 방향’ 전문가 간담회에서 “전문가들은 생산성과 괴리된 강한 연공급 임금체계, 전보·전적 같은 배치전환의 어려움 등이 정년퇴직 및 계속고용 확산을 가로막는 걸림돌이라고 지적한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조기퇴직보다 정년퇴직이 많아지고 정년퇴직 후 계속고용이 늘면 근로기간도 늘어나기 때문에 합리적인 수준에서 임금 등 근로조건 조정이 필요하지만 임금피크제 분쟁 사례들에서 보듯 법적 불확실성이 크다”고 말했다. 임금피크제 도입이 노동자 과반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인지, 연령을 이유로 노동자를 차별하는 것인지 등을 두고 노사 간 법적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장관은 “정년퇴직과 계속고용 관행이 확산·정착되기 위해선 임금체계 개편, 배치전환, 취업규칙 작성·변경 절차 등 근로조건 조정에 대한 법적 근거를 명확하게 규정하는 한편 불합리한 근로조건 조정은 고용상 연령차별 법리를 통해 규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장관의 발언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시 노동자 과반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근로기준법 94조를 완화하자는 목소리와 맞물려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해 4~6월 30인 이상 기업 1047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계속고용 도입·안착을 위해 필요한 지원책(복수응답)으로 ‘임금유연성 확보를 위한 취업규칙 변경절차 개선’(47.1%)이 1위로 꼽혔다. 성재민 한국노동연구원 부원장은 지난 15일 ‘인구구조 변화, 다가오는 인공지능(AI) 시대의 새로운 노동 패러다임 모색’ 토론회에서 “최소한 근로조건 불이익 변경 금지 조항을 변경해 임금구조 개편을 순탄하게 지원하고, 고용안정과 계속고용을 진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노동부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인구구조 변화 대응 계속고용위원회’에서 법·제도 및 관행 개선에 대한 노사정 합의를 이끌어내려고 한다. 하지만 한국노총은 계속고용 대신 법적 정년연장을 요구하는 데다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절차를 완화하는 방안에 반대하기 때문에 합의가 도출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박근혜 정부는 2016년 1월 직무·성과급으로의 임금체계 개편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이 아니라는 취지의 지침을 발표했다. 한국노총은 정부의 일방적 지침 발표에 반발해 2015년 노사정 합의를 파기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5월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으면 노동자 동의를 받지 않아도 취업규칙을 바꿀 수 있다고 했던 기존 판례를 폐기했다.

한국노총은 이날 논평에서 “이 장관의 취업규칙 작성·변경 절차 관련 발언은 계속고용을 빌미로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을 허용하겠다는 것이란 의심을 지울 수 없다”며 “양대지침(쉬운 해고 및 취업규칙 변경 요건 완화)을 추진했던 과거 정부의 전철을 윤석열 정부가 밟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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