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포털을 열자 정신이 한참 달려 나와 그녀를 맞이했다. 그 안은 눈이 내리는 열대였다. 만물의 눈보라 속 첫 번째 눈송이가 그녀의 혀에 떨어져 녹았다. 포털이 왜 그토록 개인적인 공간처럼 느껴졌을까? 우리는 모든 곳에 있고 싶어서 포털에 들어갔을 뿐인데… 매일 밤 9시에 그녀는 자신의 정신을 포기했다. 부인했다, 신념처럼, 양위했다, 옥좌처럼.” <아무도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RHK)
<아무도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는 지금의 디지털 문화를 조명한 퍼트리샤 록우드의 자전적 소설이다. 곳곳의 문장들은 독자를 아리송하게 만들지만 곰곰히 다시 읽어보면 인터넷에 종속된 상황을 예리하게 포착한다. “그녀는 인터넷에 접속했다”는 문장보다 “그녀가 포털을 열자 정신이 한참 달려 나와 그녀를 맞이했다”는 문장이 온라인이 현실을 장악한 오늘날을 더 잘 보여준다.
세상에 태어날 준비를 하는 조카가 희귀한 질환에 걸렸다. 괴상한 트윗으로 유명해진 그는 더 이상 포털에 아무것도 올리지 않는다. 기꺼이 자신의 삶을 한 아이에게 온전히 바친다. 아기와 함께하는 ‘날 것’의 느낌은 그녀로 하여금 ‘나’라는 존재의 가치를 찾아갈 수 있게 돕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