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기에 정부가 마스크 수출을 제한하면서 마스크 500만개를 수출하지 못하게 된 업체가 “정부가 손해액을 보상해야 한다”며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재판장 김준영)는 마스크 수출업체 A사가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실보상금 소송에서 지난 5월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A사는 2019년 12월 홍콩의 한 회사에 KF94 마스크 500만개를 450만 달러(약 52억원)에 수출하는 계약을 맺고, 2020년 2월 국내 마스크 회사로부터 KF94 마스크 500만개를 25억원에 공급받기로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체결 직후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마스크 품귀현상이 발생하자 ‘마스크 및 손소독제 긴급수정조치’를 시행해 마스크 생산업자만 마스크를 해외에 수출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이에 따라 A사와 홍콩 회사의 수출계약은 2020년 3월 취소됐다. A사는 마스크 500만개를 수출하지 못해 약 27억원의 손해액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A사는 정부가 “긴급수급조치를 강행하면서 국민의 피해에 관한 보상책을 강구하지 않았다”며 수출계약 해지로 인한 손해를 보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A사는 ‘공공필요에 의해 재산권의 수용·사용이 제한될 경우 법률에 따라 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헌법 23조 3항을 근거로 내세웠다.
하지만 법원은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정부의 긴급수정조치가 “마스크 등 물품 공급 부족으로 발생하는 국민생활의 위험을 막기 위한 조치로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에 근거를 두고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헌법 23조 1항 및 2항의 ‘재산권의 내용과 한계를 정한 법률에 따른 사회적 제약’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정부가 ‘국민생활의 안정을 해치고 국민경제의 원활한 운영을 현저하게 저해할 우려가 있을 때는 수출입을 조절할 수 있다’는 물가안정법 6조에 따라 마스크 수출을 막은 것이기 때문에 헌법 23조 1·2항을 적용해 법률에 따라 재산권을 제한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취지다.
또 재판부는 “설령 A사의 주장을 받아들이더라도 헌법 23조 3항은 보상청구권의 근거와 기준을 법률 규정에 유보하고 있다”며 “이를 근거로 정부의 손실보상금 지급 의무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