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더 잘 빠지는 걷기·달리기···답은 ‘속도’에 있다

2024.08.31 00:00 입력 2024.08.31 09:22 수정
수피|운동 칼럼니스트·<헬스의 정석> 시리즈 저자

유산소운동의 목적 중에는 건강이나 체력, 운동 그 자체의 쾌감도 있겠지만 대다수 사람들은 살을 빼기 위해 걷고 달린다. 유산소운동은 일반적인 근력운동에 비해 같은 시간에 더 많은 에너지를 태우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떻게 걷고 달려야 더 많은 살을 뺄 수 있을까? 숨이 넘어갈 만큼 힘들게 뛰거나, ‘세월아 네월아’ 몇 시간씩 걷는 건 어떨까? 일단 결론부터 말하면 둘 다 모범답안은 아니다. 지금부터 그 이유를 알아보자.

대부분의 운동은 힘든 만큼 에너지 소모량이 증가한다. 가장 대중적인 걷기를 보면, 보통 성인이 터벅터벅 느리게 걷는 속도가 시속 4~5㎞정도인데, 이때가 같은 거리를 가는 데 가장 적은 에너지를 쓴다. 좋게 말하면 연비가 최고로 좋은 경제속도이고, 나쁘게 말하면 살 빼는 데는 가장 불리한 속도다.

이보다 속도가 높아지면 훨씬 많은 에너지를 쓰는데, 시속 6㎞로 걸었다면 같은 거리를 가는 데에도 20% 가까이 에너지를 더 쓴다. 나쁘게 말하면 연비가 나빠진 셈이지만 좋게 말하면 살이 훨씬 잘 빠진다는 의미다. 운동이 빨리 끝나는 건 보너스다. 이는 쓰는 근육의 개수가 속도에 따라 늘기 때문인데, 느린 걸음에선 다리의 작은 근육을 주로 쓰지만 빠른 걸음에선 허리 아래의 근육 전체를 다 쓴다. 그러니 똑같이 매일 동네 공원 한 바퀴를 돌고 왔어도 느릿느릿 돈 사람과 헐떡대며 돈 사람 사이에는 감량에 차이가 날 수 있다. 그리고 근육 발달에도 확연히 차이가 난다.

이와 비슷하게 거리당 소모 에너지가 급속히 높아지는 운동들이 있다. 수영이나 로잉(노젓기) 같은 수상 운동이 여기 해당하는데 물의 저항 때문에 속도에 따라 에너지 소모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기 때문이다. 야외 자전거 타기도 고속일수록 공기저항이 크게 작용해 거리당 소모 에너지에 차이가 난다. 그러니 이런 운동은 할 수 있는 한도에서 최대한 속도를 내는 게 살빼기에 유리하다.

이것과 성격이 정반대인 운동은 달리기다. 전력 달리기가 아닌 한, 빨리 달리든 느리게 달리든 같은 거리를 갈 때는 거의 비슷한 에너지를 쓴다. 느리든, 빠르든 동원되는 근육의 개수가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기초체력 향상이나 기록 경신 같은 다른 목표가 있다면 모르겠으나, 그저 살을 빼고 건강해지는 게 목적이라면 굳이 빠르게 달릴 이유는 없다. 물론 느린 만큼 시간은 더 걸리지만 그래 봤자 몇분 차이다. 느린 달리기는 무릎 관절에도 훨씬 부담이 덜하니 장기적으로는 이득일 수도 있다. 필자가 달리기로 체중관리를 하려는 일반인 초보자에게 권하는 속도는 시속 7~9㎞이다. 페이스로는 1㎞를 7~9분 정도에 달리는 아주 느린 속도로, 걷기보다 조금 빠른 수준의 뜀걸음에 가깝다.

마지막으로 궁금증 하나, 걷기는 빠를수록 거리당 에너지를 많이 쓰고, 달리기는 빨리 달려도 거리당 에너지가 거기서 거기라면 특정 속도부터는 걷기가 달리기보다 에너지를 더 소모하는 하극상이 벌어질 수도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이론적으로 가능하다. 시속 7~8㎞를 경계로 걷기와 달리기의 거리당 소모 에너지가 비슷해지고, 그 이상에선 걷기가 외려 달리기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쓴다. 문제는 그 속도로 과연 걸을 수 있느냐다. 경보 선수가 아닌 한 이 정도는 보통 키의 일반인이 빠르게 걸을 수 있는 한계를 넘는다. 그러니 현실적으로 하극상까지는 쉽지 않다. 다만 뒤집어 생각하면 ‘죽어라 빠르게’ 걸으면 달리기 못지않게 많은 에너지를 태울 수 있다는 희망적인 결론이 되지는 않을까.

수피|운동 칼럼니스트

수피|운동 칼럼니스트

<수피|운동 칼럼니스트·<헬스의 정석> 시리즈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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