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의 2차전지 음극재 생산 기업인 포스코퓨처엠의 올해 천연흑연 음극재 공장 가동률이 40%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음극재 수요가 쪼그라든 데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상 중국산 흑연을 배제하는 ‘외국우려기업(FEOC) 규정’이 오는 2026년까지 2년간 유예되면서 국내 배터리사들이 값싼 중국산 음극재로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9일 배터리소재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퓨처엠의 음극재 공장 가동률은 2021년 70%대에서 2022년 60%대, 지난해 50%대 등으로 매년 곤두박질치고 있다.
올해 1분기와 2분기 포스코퓨처엠의 음극재 매출은 각각 493억원, 503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각각 27.18%, 10.5% 감소했다.
양극재와 함께 전기차용 배터리의 핵심소재인 음극재는 배터리의 충전 속도와 수명을 좌우한다. 양극과 음극이 만나는 단락 현상이 발생하면 전기차 화재로 이어지는 만큼 음극재 제조 기술은 전기차의 안전과 직결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문제는 현재 전 세계 음극재 생산의 90% 이상을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음극재 업체의 글로벌 점유율 중 1∼9위는 모두 중국 업체들이다. 음극재 핵심소재인 흑연도 중국산 의존도가 압도적으로 높다. 한국무역협회 조사 결과 지난해 국내 천연흑연의 97.2%, 인조흑연의 95.3%를 중국 수입에 의존한 것으로 드러났다.
포스코퓨처엠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천연흑연에 기반한 음극재를 생산하는 ‘독점업체’이지만, 지난 1분기 기준 글로벌 점유율에서 중국 업체들에 밀려 10위권에 간신히 턱걸이할 정도로 고전 중이다.
업계에서는 포스코퓨처엠의 올해 3·4분기 음극재 매출 감소 폭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당초 배터리소재 업계 안팎에서는 전기차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는 IRA가 포스코퓨처엠에 기회 요인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다. 글로벌 음극재 시장에서 중국 기업의 대체재로 포스코퓨처엠이 본격적으로 떠오를 것이란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FEOC 규정 적용이 2년 유예되면서 국내 배터리 3사를 포함한 글로벌 배터리사들이 2026년 말까지는 값싼 중국산을 쓸 수 있게 됐다. 이들은 한숨 돌리게 됐지만, 반사이익을 노리던 포스코퓨처엠으로선 음극재 매출에 결정적인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어떻게든 2년이라는 터널을 버텨야 하지만, 상황이 녹록지가 않다. 음극재 고객사인 배터리 제조사들이 전기차 캐즘을 이유로 어떻게든 가격을 깎으려 해서다.
전기차에 국내 소재를 사용한 배터리를 장착할 경우 보조금을 더 주는 ‘한국판 IRA’ 등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되는 배경이다.
산업연구원은 최근 ‘2024년 경제분석 및 산업통상자원 정책 방향 연구’ 보고서에서 “중국의 전기차 생산 보조금, 미국의 셀 생산 보조금과 같이 국내 음극재 공장에 대한 생산 보조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