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전력이 10일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사고 원자로에서 핵연료 잔해(데브리) 반출 작업에 재착수했다고 현지 공영방송 NHK 등이 보도했다.
지난달 22일 처음 시도했다가 관련 장비 배치가 잘못됐다는 사실을 확인해 중단한 이후 19일 만이다.
첫 시도 당시 도쿄전력은 반출 준비 작업 도중 원자로 격납용기에 밀어 넣을 파이프 5개의 배열순서가 틀렸다는 사실을 뒤늦게 파악했다. 이후 조사에 따르면 준비 작업은 원청업체인 미쓰비시중공업이 협력업체 직원들에게 일을 맡겨 진행됐으며, 도쿄전력은 현장에 자사 직원을 배치하지도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도쿄전력은 이번엔 다르다는 입장이다. 도쿄전력은 전날 고바야카와 도모아키 사장은 물론 원전 폐기 부문 수장인 오노 아키라 부사장이 원격조사실에서 카메라 영상을 통해 준비 상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도쿄전력은 재발방지책 마련 후 이날 오전 6시30분부터 작업에 착수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도쿄전력은 최장 22m 길이 신개발 신축형 파이프 끝에 손톱 형태 장치를 부착해 핵연료 잔해를 꺼낼 계획이다. 파이프가 핵연료 잔해에 도달하는 데 약 일주일, 반출 완료까지는 2주 가량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NHK는 “도쿄전력은 지난번 실수를 거울 삼아 시중하게 상황을 확인하며 작업한다”고 했다.
많은 양의 핵연료 잔해를 반출할 경우 작업자가 피폭될 우려가 있어, 이번에는 3g 미만 분량만 채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전력은 이번에 반출한 핵연료 잔해를 후쿠시마현 남쪽 이바라키현 시설로 옮겨 성분 및 경도 등을 분석한 뒤, 이 결과를 토대로 본격적인 반출 작업 계획을 수립할 방침이다.
핵연료 잔해 반출은 사고 원전 폐기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작업으로 여겨진다. 당초 2021년 시작을 예정했으나, 장비 문제 등으로 세 차례 연기돼 3년 가량 미뤄졌다. 이번에 성공하면 지난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13년 만에 처음이다.
후쿠시마 제1원전 1∼3호기에는 880톤(t)가량의 핵연료 잔해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 정부는 2051년까지 후쿠시마 원전 폐기를 계획하고 있으나, 핵연료 잔해 반출이 늦어지면 폐기 역시 미뤄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