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안정’에 무게 둔 파월
“내년에도 1%P 추가 인하”
반영 시차 탓 침체 우려 지속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폭은 18일(현지시간) 발표 직전까지 전망이 엇갈렸다. ‘0.25%포인트냐, 0.5%포인트냐’를 놓고 분분했으나 연준은 ‘빅컷’(0.5%포인트 인하)을 단행하며 통화 정책의 무게를 고용 안정에 뒀다.
향후 점진적 인하를 시사한 연준은 미국 경제를 연착륙시키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시장에 금리 인하 효과가 실제 나타나는 시차를 고려하면 연말까지 경기침체 우려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직후 열린 기자회견 내내 ‘고용 안정’을 위한 조치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리스크 간 균형과 인플레이션 및 고용 관련 진전을 고려했을 때 정책을 조정해나갈 때가 됐다”며 “금리 인하 결정은 물가 안정을 고통스러운 실업률 상승 없이 달성하려는 FOMC의 강한 의지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했다. 0.5%포인트 인하 결정이 미국 경기 연착륙을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었다.
파월 의장은 그러면서도 “노동시장은 실제로 양호한 상태”라며 “미국 경제도 좋은 상태다. 견실한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동시장이 둔화하고 있지만 부정적 신호를 보내지 않기 위해 경기침체 우려를 다독이는 모양새였다.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한 2022년 3월 미국은 경기 부양책 등의 영향으로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이 1981년 이후 가장 높은 8.5%를 기록할 정도였다. 연준은 빠르게 금리를 올렸고 지난달 CPI 상승률은 2.5%까지 낮아졌다. 물가는 잡았고, 문제는 고용이었다. 미국의 실업률은 지난 7월 4.3%까지 오르면서 경기침체 예고라는 해석에 세계 증시의 급락을 가져왔다. 8월 실업률은 4.2%로 떨어졌지만 미국의 비농업 고용 증가 폭은 시장 기대에 못 미쳤다.
연준은 이날 연말 실업률이 기존 4.0%에서 4.4%로 올라갈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도 6월(2.1%)보다 낮춘 2.0%로 예상했다.
연준은 앞으로 점진적으로 금리를 낮출 것임을 시사했다. 내년까지 1%포인트 추가 금리 인하도 예고했다. 올해 FOMC는 오는 11월과 12월 두 번 남았다.
시장은 금리 인하가 미국 경제의 연착륙을 성공시킬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1989년 이후 미국은 6번의 금리 인하를 경험했다. 이 중 즉각적인 경기둔화를 겪지 않은 때는 1995년과 1998년 두 차례뿐이다. 특히 기준금리 인하가 시장에 직접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하는 시차를 고려하면 올해 말까지 미국 경기의 회복 계기가 미약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시점에서는 연착륙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으나 경기에 대한 불신, 침체에 대한 공포심리가 남은 상황에서는 미국 경기에 검증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