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공부하는 유학생의 숫자가 최초로 20만명을 넘었다. 지난 4일 교육부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국내 체류 유학생 숫자는 20만8962명으로, 18만명 수준이던 지난해와 비교할 때 2만명 이상 증가했다. 교육부는 ‘유학생 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하면서 유학생 30만명 유치를 통한 세계 10대 유학 강국 도약을 목표로 제시했다. 특히 인구가 감소하는 지방 소재 대학은 교수들을 직접 해외로 보내 현지 입학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적극적으로 유학생 유치에 나서기도 했다. 2015년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외국인 유학생은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의 대학 캠퍼스에서 더 이상 낯선 존재가 아니다. 한류에 이어 K유학이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다.
하지만 이들이 마주하는 현실은 매우 위태롭다. 교육부와 대학들은 신입생 유치에 열을 올릴 뿐 정작 유학생들이 입학한 이후 한국에서의 안정적인 체류와 인간다운 삶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다. 교육부는 유학생 유치를 위해 해외 한국교육원에 유학생 유치센터를 7개 이상 설치했다고 설명했지만, 정작 국내에서 유학생을 지원하는 중앙 기관은 없다. 국립국제교육원에 외국인유학생상담센터가 설치되어 있지만, 전국 유학생이 경험하는 다양한 문제를 살피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학교에 유학생지원센터가 설치된 곳이 있지만 유학생들의 기초적 체류관리 업무를 담당하기도 버거운 형편이다. 그리고 지난해 ‘한신대 유학생 강제출국 사태’처럼 교육부가 유학생의 체류관리를 개별 대학에 맡기고, 이를 평가 관리하는 방식을 유지하는 한 학교의 유학생지원센터가 유학생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얼마 전 계절학기 비자 문제로 상담을 요청한 베트남 유학생에게 학교에 있는 지원센터에 문의해 볼 것을 권했는데 ‘학교에 이런 이야기를 하면 바로 출국당한다’는 답변을 들었다.
대학 내의 뿌리 깊은 서열주의와 과중한 연구환경은 낯선 타국에서 삶을 살아가는 유학생들에게 더 어려운 벽이다. 올해 5월 전남대 대학원에서 공부하던 유학생이 학업 스트레스와 과중한 연구환경으로 인하여 우울증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매일 새벽까지 연구실에 남아 연구와 학업을 병행하면서, 본국에 있는 가족들에게 생활비까지 보낸 성실한 학생이었다. 숨진 유학생을 추모하는 모임에 참석한 동료는 평소 그가 ‘아무도 방법을 알려주지 않는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전했다.
한국 생활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받지 못한 유학생들이 범죄 피해를 당하거나, 심지어 범죄에 이용되는 경우도 늘고 있다. 학업과 생계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유학생을 상대로 ‘고액 단기 아르바이트’라고 속여 보이스피싱 범죄 수익금을 운반하게 하거나, 범죄 수익금의 계좌거래 등을 지시하여 자금을 빼돌리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런 지능범죄에 이용된 유학생들은 전도유망했던 연구자에서 한순간에 범죄자로 낙인찍히고 강제추방되기도 한다.
지금이라도 유학생을 지원할 수 있는 권역별 지원센터를 광역 지자체 수준으로 만들고 긴급한 어려움을 상담할 수 있는 핫라인 구축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