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이 시작된 지 2주 만에 이탈자가 발생했다. 이달 초 일터에 투입된 필리핀 가사관리사 100명 중 2명이 추석 연휴 숙소를 나가 잠적했다. 25일까지 복귀하지 않아 이들은 ‘미등록 외국인’ 신분이 됐다. 서울시가 24일 연 간담회에선 통행금지, 외박금지 등 가사관리사의 인권을 침해해온 사실까지 드러났다. 여러 우려에도 사업을 졸속으로 밀어붙여 결국 탈이 나고 말았다.
무단 이탈의 원인은 경제적 어려움과 고용 불안 등일 것으로 고용노동부는 추정하고 있다. 가사관리사들이 받는 월급은 주당 40시간에 238만원(주 5일·하루 8시간 기준)이다. 여기서 4대 보험료와 숙소비·세금으로 50만원 이상을 공제하면 실제 손에 쥐는 돈은 188만원 남짓이다. 하루 파트타임으로 4시간 일만 원하는 가정도 많고, 일터·숙소를 오가는 교통비 부담도 호소했다고 한다. 반면 같은 체류자격인 고용허가제(E-9)로 들어온 제조업 노동자는 월 300만원 이상을 가져갈 수 있다. 저임금 구조에 추가 이탈자가 나올 수도 있는 상황이다.
현실이 이런데도, 서울시가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건의해 외국인 가사관리사들이 느꼈을 불안감은 더욱 컸을 것으로 보인다. 무단 이탈자가 나온 후 뒤늦게 서울시가 주 단위로 급여체계를 손질하고, 그들의 취업 활동 기간을 현재 7개월에서 최장 3년으로 연장하기로 했으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가사관리사들은 신체적 통제까지 받았다. 간담회에서 가사관리사들은 중개업체가 통금을 오후 10시로 정해놓고 추석 기간 외에는 외박도 금지시켰다고 증언했다. ‘쪼개기 노동’으로 공원이나 지하철역에서 끼니를 때우기 일쑤일 만큼 처우도 열악했다. 국제적인 노동 규범을 어긴 명백한 인권침해가 아닐 수 없다. 현대판 노예가 따로 없는 생활인데, 서울시는 대체 무얼 하고 있었나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런 혼란은 싼값에 외국인 가사관리사를 쓰려다 논란이 커졌음에도 졸속으로 밀어붙인 결과다. 정부는 외국 인력의 저임금 돌봄 도입은 국내 돌봄노동자들까지 위기로 몰 뿐이라는 노동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일단 인권침해로 국제적 망신을 사는 일부터 없도록 해야 한다. 정부는 내년 외국인 가사관리사 1200명을 추가로 들여올 계획이라는데, 이런 식이면 접어야 한다. 애초 시작하지 말았어야 할 사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