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로운 만화 콘텐츠를 소개합니다. 격주 금요일 오후 찾아옵니다.
호러를 좋아하세요? 저는 좋아합니다. 특히 호러 영화를 좋아해요. 슬프게도 주변에 호러 영화를 좋아하는 친구가 많지는 않아요. 언젠가 친구에게 ‘왜 호러 영화를 싫어하냐’고 물어봤는데 ‘깜짝 놀라는 것이 싫다’고 대답하더군요. 그런데 그런 ‘깜짝’은 저도 진짜 별로예요. 만화를 소개하는 기사에서 왜 자꾸 영화 얘기를 하냐고요. 이번주 소개할 만화가 ‘깜짝 놀래키지 않지만 무서운 호러 웹툰’이기 때문이죠. 배진수 작가의 <금요일>입니다.
<금요일>은 짧은 이야기가 모인 옴니버스 웹툰입니다. 제목 ‘금요일’은 ‘금지된 날’이라는 뜻이에요. ‘금’의 한자가 ‘쇠 금’(金)이 아니라 ‘금할 금’(禁) 자입니다. 많은 호러 웹툰과 달리 귀신이 갑자기 나타나 깜짝 놀래키는 장면은 없습니다. 대신 불안하고 기이한 분위기로 독자를 점점 조여갑니다. 충격적인 반전과 씁쓸한 여운이 압권입니다. 한국 사회를 겨냥해 은근하지만 예리한 비판의식도 담았죠. 저는 <금요일>을 읽으며 ‘사람이 귀신보다 무섭다’는 사실을 절감했습니다. 전체 100편에 달하는 에피소드를 술술 읽어나가다 보면 ‘어떻게 매번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 놀랍기만 합니다.
첫 에피소드 ‘원룸’을 보시죠. 주인공은 원룸에서 온라인 게임에 몰두해 살아가는 백수입니다. 원룸의 문을 열자 원룸 밖에 거울처럼 똑같은 원룸이 나타납니다. 반복되는 원룸의 지옥 속에 갇힌 주인공은 어떤 선택을 할까요. 에피소드 ‘메시지’는 초등학생의 그림일기와 선생님이 숙제 검사를 하며 빨간 펜으로 남긴 한마디가 연속해서 이어집니다. 결말까지 읽으면 소름이 그야말로 ‘쫙’ 돋습니다. 그림일기를 다시 읽어보면 작가가 행간 속에 숨겨놓은 참혹한 의미를 발견하고 두 번째 소름이 ‘쫙’ 돋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 에피소드는 누리꾼들의 ‘해석본’이 나올 정도로 유명한 걸작입니다.
<금요일>은 배진수 작가의 데뷔작입니다. 캐릭터의 얼굴이 일그러진 작화가 독특한데 작품의 기괴한 분위기와 잘 어울립니다. 사실 배 작가는 사람의 얼굴을 잘 구별하지 못하는 안면인식장애가 있다고 합니다. 배 작가는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하루 수십 번씩 사람 얼굴을 그렸는데도 도통 손에 익지 않았다”며 “등장인물을 억지로 다르게 그리다 보니 얼굴이 더 기괴해졌다”고 밝혔습니다.
배 작가는 대학 졸업 이후 잠시 일반 회사에 다녔지만 그만두고 웹툰 작가에 도전했다고 합니다. 데뷔작 <금요일>은 네이버웹툰 ‘베스트 도전’을 거쳐 정식 연재에 성공했고, 이후 <머니게임> <파이게임> <퍼니게임>을 연재하며 현재는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웹툰 작가 중 한 사람이 됐습니다. <머니게임>과 <파이게임>은 각색돼 넷플릭스 시리즈 <더 에이트 쇼>로 만들어지기도 했죠. <금요일>은 네이버웹툰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