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사면초가에 몰리고 있다. 리더십을 보여줘야 하는 임기 초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검찰 20년 지기’로 자신했던 윤석열 대통령과의 소통은 꽉 막혀 있다. 당 지지율은 윤 대통령 지지율과 함께 동반 추락했고, 한 대표에 대한 실망감에 당내 의원들의 지지세도 약해지는 모습이다.
한 대표가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사안들은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의·정 갈등 중재자로 발벗고 나섰던 여·야·의·정 협의체는 출범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많다. 정부의 입장 변화를 끌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회동에서 지구당 부활 등 공감대를 형성한 의제의 후속 논의는 더디다. 전당대회 출마 선언과 함께 약속한 제3자 추천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 발의는 추경호 원내대표 등 의원 다수의 반대 속에 언제 이뤄질지 알 수 없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과도 갈등을 빚고 있다. 지난달 24일 지도부와 참석한 만찬 후 재차 요청한 ‘독대’도 일주일 넘게 회신을 받지 못하고 있다. 최근 행사에서 마주치는 두 사람의 표정은 싸늘하기만 하다. 한 대표는 검찰에서 20년 동안 함께 일한 윤 대통령과의 원만한 소통을 자신했지만, 둘의 갈등은 출구를 찾기 어렵게 악화됐다는 분석이 많다.
한 친윤석열(친윤)계 중진은 2일 “차기 주자로서 차별화는 대선 가까워졌을 때 하면 된다”며 “의·정 갈등 등 이슈에서 정부와 함께하면서 대통령과 관계를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 탓에 최근 들어 당 지지율은 크게 떨어졌다. 지난달 실시한 한국갤럽과 리얼미터 조사에선 모두 윤 대통령 지지율과 함께 이번 정부 출범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원래 이 대표와 한 대표가 박빙으로 집계됐던 차기 지도자 조사도 최근엔 한 대표가 이 대표에게 10%포인트 이상 뒤지는 결과가 다수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원내에 한 대표를 지지하는 기반도 흔들리고 있다. 한 대표가 취임할 즈음, 강성 친윤계와 친한동훈(친한)계 사이 관망하는 다수의 의원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한 대표에 대한 기대가 실망으로 바뀐 의원이 많아졌다. 한 초선 의원은 “의원들이 한 대표한테 자기 정치만 하려 한 ‘이준석 닮은꼴’이란 말들을 한다”며 “친한이라고 할 의원이 많지 않고 있더라도 원내에 영향력이 없다”고 말했다.
한 대표가 돌파구를 마련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오는 7일부터는 국정감사가 시작돼 원외인 한 대표는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어렵다. 오는 16일 재·보궐 선거의 부산 금정구청장, 인천 강화군수 결과는 이기면 ‘본전’이고, 지면 리더십에 큰 타격이 될 변수다.
또 한 대표가 대선에 나서려면 당권·대권 분리 조항에 따라 내년 9월엔 대표직을 내려놔야 한다. 이 때문에 “지방선거 공천권도 없는 대표에게 누가 잘 보이려 하겠냐”(한 친윤계 인사)는 말도 나온다. 친윤계는 국감 후 취임 100일의 ‘허니문’ 기간이 끝나면 한 대표에 대한 관망세에서 공세로 전환할 준비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