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부문 저임금 노동자에게 지급하는 대전시 생활임금이 내년에도 전국 최저 수준을 벗어나기 힘들게 됐다. 대전시 생활임금은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으로 전국 17개 시도 중에서 가장 낮았다.

대전시는 시 생활임금위원회에서 내년도 생활임금을 시급 1만1636원으로 결정했다고 4일 밝혔다. 내년도 대전시 생활임금은 올해보다 3.8%(426원) 인상된 금액이다. 정부가 고시한 내년도 최저임금(1만30원)보다는 16% 높다.

전국 광역자치단체들은 최소한의 인간적·문화적 생활과 삶의 질 향상이 가능하도록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보다 높은 임금을 보장한다는 목적으로 생활임금제를 시행하고 있다. 대전시는 2016년 생활임금제를 도입했다.

현재 대전시 생활임금 적용 대상은 시와 산하 공사·공단 및 출자·출연기관 소속 노동자, 민간위탁시설에서 일하는 저임금 노동자 등 1854명이다. 그러나 대전시 생활임금은 다른 시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 지난해에는 시급 1만800원으로 17개 시도 중 가장 낮았고, 올해도 1만1210원으로 울산시와 함께 전국 최하위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노동계의 대폭 인상 요구가 있었지만 지난해(3.8%)와 같은 수준으로 인상률이 결정되면서 결국 대전시 생활임금은 내년에도 전국 최저 수준에 머물게 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도 생활임금을 확정한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대전시보다 생활임금이 낮은 곳은 인천시(1만1630원) 밖에 없다. 지금까지 결정된 타 시도의 내년도 생활임금액을 보면 광주시가 1만2930원으로 가장 높고, 경기도 1만2152원, 전북도 1만2014원, 부산시 1만1917원 등이다.

인구 규모나 재정자립도 등이 비슷한 광주시와 비교하면 내년 대전시 생활임금은 시간당 1294원이 적다. 월 209시간 노동을 기준으로 환산했을 때 대전시 생활임금은 243만1924원으로, 광주시(270만2370원)보다 27만원 이상 낮아진다. 앞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대전본부는 광주시와 비슷한 수준의 생활임금 적용을 위해 대전시에 시급 15.5% 인상을 요구했다.

대전시 관계자는 “내년 생활임금은 최저임금 인상률과 노동자 생계비, 유사 노동자 임금 인상률, 소비자물가 상승률, 소상공인·자영업자 경영 부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한 것”이라며 “어려운 재정과 지역경제 여건 속에서도 노동자들의 삶을 위해 고민한 결과”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