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휴대전화 등의 수출 호조 덕분에 경상수지가 넉 달째 흑자기조를 이어갔다. 다만 흑자 폭이 6월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올해 경상수지 전망치에는 도달하겠지만 유가 등 불확실성은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8일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 통계’를 보면, 지난 8월 경상수지는 86억 달러(약 8조 9000억원) 흑자로 집계됐다. 흑자 기조는 지난 5월 이후 이어지고 있지만 흑자 규모가 6월의 절반 수준으로 줄고, 7월보다도 24억 달러 감소했다.
경상수지에서 가장 비중을 차지하는 상품수지(65억9000만달러)는 지난해 4월 이후 17개월 연속 흑자 기조를 유지했다. 흑자 폭은 7월(83억3000만달러)보다 줄었지만 지난해 8월(52억달러)보다는 늘었다.
수출은 574억5000만 달러로 1년전 보다 7.1% 늘었다. 통관 기준 선박이 83.8%, 정보통신기기가 44%, 반도체가 38.3% 증가하는 등 수출은 11개월째 증가세가 이어졌다. 품목별로는 정보통신기기(44.0%)·반도체(38.3%)·석유제품(0.6%)이 늘었고, 화학공업제품(-4.4%)·승용차(-3.6%) 등은 줄었다 수입도 508억6000만달러로 4.9% 증가했다. 두달 연속 증가다. 통관 기준으로, 수송장비 46%, 원유 30.1%, 천연가스(23.5%), 반도체 18.7% 등이 많이 늘었다.
서비스수지는 12억3000만 달러 적자로 2년6개월 연속 적자였지만 전달보다 적자 폭은 줄었다. 다만 여름철 해외여행 여파로 여행수지 적자는 14억2000만 달러로 7월보다 늘었다. 운송수지는 5억9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흑자폭을 확대했다. 컨테이너선 운임 상승 등으로 흑자폭 확대됐다.
본원소득수지는 16억9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지만 흑자 규모는 7월(31억5000만달러) 보다 절반 가까이 줄었다. 한은은 외국인 증권투자에 대한 분기 배당 지급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8월 경상수지 흑자 폭이 줄었지만 견조한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송재창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8월 흑자규모가 올해 1~7월 월평균 수준이고, 앞서 한은이 전망한 하반기 전망치를 상회하는 수준”이라며 “9월에도 통관 기준 수출이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고, 미국 금리인하와 중국 경기 부양 등의 요인으로 하반기 경상수지 전망치도 무난히 달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에서는 그러나 수출 호조가 4분기 들어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이 금리 인하에 시동을 걸고 중국도 경기 부양에 나섰지만 당장 효과가 나타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임혜윤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제조업은 소비 둔화를 반영하고 있고, 중국의 정책 효과를 확인하는 데도 시간이 필요해 수출 모멘텀이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중동 전쟁까지 더해지면서 유가가 흔들리고 있다는 점도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 중 하나다. 영국 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12월 인도분)은 지난 7일(현지시간) 배럴당 80.93달러에 거래됐다. 지난 8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국제유가를 비롯해 물류비까지 상승하고 있어 수출 기업들에게는 부담스러운 상황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