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 군인권보호관인 김용원 인권위 상임위원이 군인권센터를 상대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의 긴급구제와 관련해 ‘거짓 외압 의혹’을 제기해 내 명예를 훼손했다”며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95단독 김재연 판사는 10일 김 상임위원이 군인권센터와 임태훈 센터 소장을 상대로 낸 1억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선고 이유를 법정에서 밝히지 않았다.
선고 직후 임 소장은 “해병대 수사외압 긴급구제 기각 의혹 제기에 대한 ‘입틀막’ 소송이었다”며 “상식적이고 당연한 판결이면서도 인권옹호자 탄압을 막아낸 쾌거”라고 말했다.
앞서 군인권센터는 지난해 8월14일 “박 대령에 대한 부당한 수사 및 징계를 조사하고 인권침해를 막아달라”며 인권위에 긴급구제 조치를 신청했다. 인권위는 같은 달 18일 임시상임위원회를 소집했으나 군인권보호관인 김 상임위원 등 2명이 불참해 정족수 미달로 열리지 못했다. 인권위원회법상 상임위는 위원장을 포함한 상임위원 4명 중 3명 이상의 출석, 3명 이상의 찬성이 있을 때 의결이 가능하다. 군인권센터는 두 위원의 불참이 의도적인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는 성명을 냈다. 그러자 김 상임위원은 지난해 9월4일 센터와 임 소장이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군인권센터와 임 소장에게 각각 5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던 김 상임위원 측은 ‘공동으로 5000만원을 배상하라’고 청구를 변경했다. 이후 김 위원이 군인권센터 활동가들과 군 사망사건 유가족이 송두환 인권위원장 면담을 위해 인권위를 찾았을 때 자신이 ‘감금·협박 당했다’고 주장하며 이들을 경찰에 수사의뢰하면서 청구 액수를 1억원으로 올렸다. 경찰은 당시 활동가·유족의 감금, 협박 혐의는 무혐의로 봤으나 건조물 침입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했다.
김 상임위원으로부터 수사의뢰를 당한 군 사망 사건 유가족도 이날 재판을 방청했다. 2016년 군 복무 중 급성 골수성 백혈병을 제때 치료받지 못해 사망한 고 홍정기 일병 어머니 박미숙씨는 “국가가 우릴 지켜줄 것이라 생각했지만 인권을 최우선으로 다루는 인권위에서도 피해자를 위해 활동하는 인권단체에 이렇게 고소·고발을 남용하더라”고 말했다. 상관의 성폭력과 군의 조직적 은폐로 목숨을 끊은 고 이예람 중사의 아버지 이주완씨도 “군인권보호관이 군 인권보호는커녕 도움 받지 못하는 이들을 지원하는 인권단체에 소를 제기하는 등 이성적이지 않은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인권위 군인권보호관 제도는 ‘윤 일병 사건’과 ‘이예람 중사 사망사건’ 등을 계기로 2022년 7월 출범했다. 임 소장은 “군인권보호관이 유가족과 군인권센터를 공격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라며 인권위원에 대한 탄핵이 가능하게 하고 군인권보호관 제도를 인권위가 아닌 국회로 이관하는 등의 법률 개정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