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황제는 어떻게 살았는가
메리 비어드 지음 | 이재황 옮김
책과함께 | 680쪽 | 3만8000원
시리아 출신 청년 엘라가발루스는 218년 로마 황제에 즉위해 222년 암살됐다. 칼리굴라나 네로만큼 유명한 폭군은 아니었지만, 전해지는 이야기는 그들 못지않게 기괴하다. 연회의 음식 색깔을 초록색 혹은 파란색으로 통일하는 것은 약과였다. 대머리 남자 여덟 명, 뚱뚱한 남자 여덟 명 등 ‘주제가 있는’ 식사 친구를 초대하기도 했다. 가난한 사람을 초대해 밀랍으로 만든 가짜 음식을 내기도 했다. 같은 신발을 두 번 신지 않거나, 성전환을 시도했다는 기록도 있다.
사실일까. 저명한 고전학자 메리 비어드는 이 같은 기록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길 꺼리는 듯 보인다. “황제가 암살된 뒤 그 경쟁자이자 제위 계승자의 비위를 맞추려는 사람들이 날조”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 같은 소문이 퍼지고 기록으로 남은 배경에는 전제정과 제한 없는 권력에 대한 공포가 있음이 분명하다고 본다.
<로마 황제는 어떻게 살았는가>(원제 Emperor of Rome)는 율리우스 카이사르부터 알렉산데르 세베루스까지 300여년에 걸쳐 로마 제국을 통치한 황제 30여명을 살핀다.
원래 로마는 ‘일종의 민주주의적 통치’가 이뤄진 나라였다. 부유한 남성 시민 중 투표로 선출된 이들이 정해진 임기 동안 권력을 맡았다. 로마의 영토가 방대해져 통치가 복잡해지자, 1년 안팎의 짧은 임기를 가진 권력자가 통치하기는 부적당하다는 점이 명백해졌다. “제국이 황제를 만들어낸 것이지 그 반대가 아니었다.”
황제의 식사, 침소, 여행, 죽음 등 사생활부터 승계 방식, 행정 업무 등 공적 영역까지 믿을 만한 자료와 평이한 서술 방식을 동원해 독자에게 안내한다. 풍부한 사진, 그림, 도표가 실려 이해를 돕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