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한림원은 10일 한강 작가를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발표하면서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섰다”는 점을 첫머리에서 밝혔다. 1980년 광주민중항쟁을 다룬 소설 <소년이 온다>를 언급한 것이다.
노벨 문학상 수상의 가장 큰 동력의 하나였던 소설이 박근혜 정부 당시에는 ‘사상적 편향성’을 이유로 세종도서 사업에서 배제됐다. 작가는 ‘블랙리스트’ 명단에 올랐다.
10일 한 작가의 노벨상 수상으로 박근혜 정부 당시 블랙리스트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2016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한 특별검사팀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작성한 블랙리스트에 소설가 한강이 포함됐다는 점을 확인했다. 특검은 당시 블랙리스트는 청와대 주도로 작성됐다고 밝혔다.
한 작가는 이 사실이 알려진 그해 12월 열린 한 인문학 강좌에서 “<소년이 온다>를 낸 후 블랙리스트에 올랐다는 소리를 들었다”며 “5·18이 아직 청산되지 않았다는 게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소셜미디어에는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을 알리면서, 블랙리스트를 언급하는 글들이 다수 보였다.
한 페이스북 이용자(김정호)는 “작가는 <채식주의자>로 2016년에 맨부커 국제상을 받은 바 있다. 큰 경사라 관례대로 문체부가 축전을 보낼 것을 당시 박근혜 대통령에게 건의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작가가 5·18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소설 <소년이 온다>를 써서 블랙리스트에 포함되었다는 이유로 거절했다”면서 “당시 블랙리스트 작성 주도자가 현 문체부 차관이라는 것에 급좌절”이라고 썼다.
현 문체부 1차관인 용호성 차관이 지난 7월 임명될 당시 문화연대와 한국작가회의 등 10개 단체는 성명을 내고 “용 차관은 2014년 청와대에 파견돼 근무하면서 문화예술계 배제인사 명단을 문체부에 전달하는 등 구체적이고 적극적으로 블랙리스트를 주도한 상징적 인물”이라며 “(용 차관 임명은) 대한민국 정부, 법원 그리고 문화예술계를 노골적으로 조롱하고 모욕하는 인사 범죄”라고 비판한 바 있다.
한 작가와 함께 영화 ‘기생충’으로 오스카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 세계적인 화제가 된 드라마 ‘오징어게임’의 황동혁 감독이 모두 보수 정권의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사실을 언급하는 게시물도 많았다.
엑스(구 트위터) 이용자(The heaven)는 “박근혜 정부 블랙리스트에 오른 한강 작가님, 대한민국은 창작의 불모지나 다름없는데,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문체부가 주최하고,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주관하는 2014년 세종도서 선정 사업의 마지막 3차 심사에서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가 “도서의 사상적 편향성에 대해 검토”한 결과, 탈락했다는 사실도 다시 회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