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보수단체 ‘동성애 조장’ 폐기 요구
2022년 경기도교육청, 일선 학교에 공문
‘채식주의자’ 등 1년간 2528권 폐기돼
지난해 일부 시민단체들이 청소년 유해도서로 지적해 경기도 지역 학교에서 대거 폐기됐던 성교육 도서 목록에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도 포함된 일이 한 작가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지난해 강민정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경기도교육청으로부터 받은 ‘학교도서관 성교육 도서 폐기 현황’을 보면, 경기지역 초·중·고등학교에서 2022년 3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1년간 성교육 도서 총 2528권이 폐기됐다. 여기엔 한 작가의 <채식주의자>가 포함됐다.
경기도의 한 사립고는 <채식주의자> 2권을 폐기했다. 이 학교는 소설가 김유담의 <이완의 자세> 2권도 폐기했다. <이완의 자세>는 세신사 엄마와 무용가를 꿈꾸며 목욕탕을 벗어나길 원하는 딸의 성장서사를 담은 경장편 소설이다. 이외에도 도서 폐기 현황엔 이상문학상을 받은 최진영의 <구의 증명>, 노벨문학상 수상작인 주제 사라마구의 <눈먼 자들의 도시> 등이 포함됐다.
이는 일부 보수단체가 ‘동성애 조장’ 등을 이유로 성교육 도서를 폐기할 것을 요구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보건학문&인권연구소’ 등 시민단체는 <성교육 상식사전> <스파이더맨 가방을 멘 아이> <나의 첫 젠더 수업> 등 성교육 도서 141권을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경기도교육청이 2022년 11월 관내 학교들에 성 관련 도서들을 폐기할 것을 권고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두 번째 공문에선 성교육 도서들의 처리 결과를 제출하라고 했다. 교육청은 유해성 기준을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고 보수단체들이 연 기자회견 기사 등을 참고하라고 함께 보냈다.
2014년 박근혜 정부 당시에는 한 작가의 5·18 민주화 운동을 다룬 <소년이 온다>가 ‘사상적 편향성’을 이유로 세종도서 선정 사업에서 탈락했다. 이후 2016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한 특별검사팀은 당시 문화체육관광부가 작성한 블랙리스트에 한 작가가 포함됐다는 점을 확인했다. 특검은 블랙리스트는 청와대 주도로 작성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