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통령 거부권 신중해야” 헌법재판연구원 제언에 주목한다

2024.10.13 18:15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 11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필리핀, 싱가포르 국빈 방문 및 라오스 아세안 +3 회의를 마치고 귀국하며 전용기인 공군 1호기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 11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필리핀, 싱가포르 국빈 방문 및 라오스 아세안 +3 회의를 마치고 귀국하며 전용기인 공군 1호기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권력분립을 실현하려면 대통령이 거부권을 신중하게 행사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헌법재판연구원이 제언했다. 헌법재판소 산하 연구기관인 헌법재판연구원은 헌법재판에서 다뤄질 수 있는 쟁점을 미리 연구해 헌재의 판단을 보조하는 역할을 한다. 예외적으로 써야 할 거부권을 ‘조자룡 헌 칼 휘두르듯’ 하는 윤석열 대통령이 귀담아들어야 할 지적이다.

장효준 헌법재판연구원 책임연구관은 지난달 12일 발간된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의 역사와 행사 사유’라는 연구보고서에서 대통령의 거부권은 제한적으로 행사돼야 한다는 견해를 소개했다. 미국과 달리 대통령의 법률안 제출권까지 인정하는 한국에서 거부권이 무분별하게 활용되면 대통령이 국회의 입법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책적 입장 차이로 거부권을 행사하는 경우 특히 그렇다. 장 책임연구관은 “대통령의 정책에 부합하는 법률안만 국회가 만들도록 하여 국회의 입법권에 본질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며 “국회의 입법권이 침해되어 권력분립원칙이 훼손된다”고 했다. 장 책임연구관은 거부권 행사에 관한 별도 규정이 없으므로 대통령이 거부권을 제한 없이 행사할 수 있다는 반론적 견해도 함께 소개했다.

장 책임연구관의 연구보고서는 대통령이 툭하면 거부권을 써서 입법을 봉쇄하는 현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승만 대통령이 45회, 박정희 대통령이 5회, 노태우 대통령이 7회, 노무현 대통령이 6회, 이명박 대통령이 1회, 박근혜 대통령이 2회 거부권을 행사했는데, 윤 대통령은 임기 절반을 채우기도 전에 벌써 24차례나 거부권을 행사했다. 양곡법·방송3법 개정안 등 정책적 사유로 거부한 것이 상당수이고, ‘김건희 특검’처럼 본인이나 친인척의 범죄 의혹과 관련한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도 적지 않다. 대통령이 여당에 거부권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라고 독려하는 지경이니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그렇다고 마땅한 대안도 없다. 헌법이나 법률을 통해 거부권 행사 요건을 제한하는 방안이 가능하겠지만 개헌은 쉽지 않고 입법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그만이다. 장 책임연구관은 “대통령 스스로 국회 논의를 존중하고 거부권 행사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대통령과 국회 모두 충분한 소통과 협치를 통해 대통령제의 순기능을 극대화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 들으라고 하는 소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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