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파’ 방식으로 단절 메시지 극대화
콘크리트 장벽 등 후속 조치 가능성
‘적대적 두 국가’ 개헌 위한 정지 작업
북한이 15일 단절한 경의선·동해선 도로는 남북 간 화해·교류·협력을 상징한다. 특히 북한이 ‘폭파’라는 극단적인 방식을 이용한 것은 ‘한국과 더 상종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극대화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은 이번 폭파를 주민들에게 대대적으로 선전하면서 내부 결속에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남북 단절을 위한 후속 조치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12월 남북을 ‘적대적 두 국가’, ‘전쟁 중인 교전국’ 관계로 선언했다. 북한은 이를 전후해 경의선·동해선 도로 및 철로 등 남북을 연결하는 통로를 차단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북한은 도로에 지뢰를 살포·매설했고 펜스와 가로등도 철거했다. 그럼에도 북한이 이날 도로를 폭파한 것은 남북 간 단절 의지를 명확히 보여주기 위한 뜻으로 해석된다. 특히 폭파를 진행한 장소도 한국군이 육안으로 포착할 수 있는 비무장지대(DMZ) 안이다. 군 관계자는 “실제 폭파의 규모는 어마어마하지는 않았다”라며 “‘보여주기’를 위한 것 같았다”고 평가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 9일 남측과 연결되는 도로·철도를 끊고 요새화 작업을 진행하겠다며 단절 조치를 공식화한 바 있다. 북한은 향후 도로에 콘크리트 장벽을 세우는 등 후속 조치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북한의 단절 작업은 방어적 차원으로 볼 수 있다”라며 “남북이 전쟁 중인 관계이기 때문에 요새화 등을 통해 완벽히 분리하겠다는 뜻”이라고 짚었다.
북한의 이번 폭파는 헌법에 ‘적대적 두 국가론’을 반영하기 위한 정지 작업이라는 분석도 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 1월 헌법에서 통일 표현을 삭제하고 해상국경선 등 영토·영해·영공 조항을 신설할 것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지난 7일 개최된 최고인민회의(국회 격)에서 이런 내용의 개헌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북한 매체는 개헌 여부를 공개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통일을 지우기 위한 논리 마련과 내부 설득 작업 등이 충분히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왔다. 통일은 김일석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유훈이고 헌법 서문에도 선대의 통일 노력이 명시돼 있다. 북한이 이번 폭파도 대남 적개심과 위기감을 높여 개헌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의 일환일 수 있다. 정부 소식통은 “과거부터 통일을 위한 투쟁을 강조해온 북한이 갑자기 이를 지운다는 건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론’을 들고나온 것을 두고는 여러 해석이 있다. 우선 만성적인 경제난과 남한 정보 유입 등으로 인한 민심 이반을 단속하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대북 강경책을 구사하는 한국 정부와 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하면서 ‘동족’ 개념을 지워 남한을 겨냥한 전술핵 사용의 부담을 덜려는 계산이 깔렸다는 분석도 있다. 또 향후 미국과 협상에서 남한을 배제하려는 포석이라는 시각도 있다.
북한이 추가 단절 조치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남북 간 물리적 충돌이 발생할 우려도 나온다. 남북 간 군 통신선 등은 지난해 4월 이후 끊긴 상태다. 한쪽이 우발적 행동을 했을 때 이를 해명할 창구가 전무한 것이 남북관계의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