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3대 멀티플렉스 극장인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가 지난 16일 각각 공연 실황 영화를 개봉했다. 극장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의 성장으로 관객이 급감하며 위기 상황을 맞았다. 차별화된 공연 실황 영화를 통해 위기를 돌파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CGV는 K팝 보이그룹 ‘하이라이트’의 콘서트 실황을 담은 <하이라이트: 라이츠 고 온, 어게인 인 시네마>를 하이라이트의 데뷔일인 10월16일 단독 개봉했다. 지난 5월10일부터 12일까지 사흘간 서울 올림픽공원 KSPO돔에서 열린 데뷔 15주년 기념 아시아 투어 콘서트를 담았다. 중간중간 멤버들의 인터뷰와 미공개 영상이 들어갔다. 하이라이트는 2009년에 ‘비스트’라는 이름으로 데뷔해 이름을 바꿨다.
롯데시네마는 K팝 걸그룹 ‘아이브’의 콘서트 실황을 담은 <아이브 더 퍼스트 월드 투어 인 시네마>를 같은 날 개봉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9월까지 한국, 일본,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대만, 미국, 프랑스, 스페인, 독일, 네덜란드, 영국, 멕시코, 브라질, 칠레, 홍콩, 필리핀, 호주에서 진행된 아이브의 첫 월드투어 공연인 ‘쇼 왓 아이 해브’(SHOW WHAT I HAVE) 공연 실황을 담았다. 콘서트 무대를 준비하는 아이브의 모습을 담은 비하인드 영상도 있다.
메가박스도 인기 뮤지컬 ‘엘리자벳’ 10주년 기념 공연 실황을 담은 <엘리자벳: 더 뮤지컬 라이브>를 같은 날 개봉했다. 이 뮤지컬은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황후 엘리자베트 폰 비텔스바흐의 삶을 그렸다.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와 극작가 미하엘 쿤체가 콤비를 이뤄 제작한 작품 중에서 가장 흥행했다. 주인공 ‘엘리자벳’ 역에 옥주현, ‘토드’(죽음) 역에 이해준이 출연한다.
공연 실황 영화는 OTT 성장으로 위기를 맞은 극장이 여전히 강점을 가진 장르다. 장르의 핵심이 현장감을 살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극장의 대형 스크린과 고음질·고출력 입체 음향 시스템을 통해 실제 공연 현장에 있는 듯한 열기를 체험할 수 있다. 공연 실황 영화는 장면에 따라 의자가 움직이거나 바람이 부는 체험형 시스템인 ‘4D’ 상영관에서 상영하는 경우가 많다. 특별 상영관에선 실제 공연장처럼 관객들이 함께 응원봉을 흔들며 함성을 지르고 ‘떼창’을 할 수도 있다. ‘안방 극장’인 OTT에선 이 같은 현장감을 느끼기 어렵다.
세 편의 공연 실황 영화들은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가 각각 직접 배급하며 ‘단독 개봉’했다. 팬들을 위한 다양한 이벤트와 굿즈도 준비했다. 일반 개봉은 불특정 다수의 관객을 대상으로 하지만 단독 개봉은 팬덤 등 특정 관객을 겨냥해 차별화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전략이다. 열성 팬들의 ‘회전문 관람’(같은 작품을 수회 재관람)과 티켓팅 경쟁 때문에 공연을 놓친 팬들의 수요를 기대한다. 영화를 배급하면서 홍보 비용을 아끼고 상영관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강점도 있다.
공연 실황 영화는 2011년 <2010 빅뱅 라이브 콘서트 빅쇼 3D>를 시작으로 인기 가수 콘서트가 주로 제작됐지만 2018년부터는 뮤지컬로 확대됐다. 대부분 관객은 수천~수만명 수준이지만 ‘대박’을 터뜨린 영화도 종종 나온다. 가수 임영웅의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공연 실황을 담은 <임영웅: 아임 히어로 더 스타디움>은 지난 8월28일 CGV에서 단독 개봉해 현재까지 관객 32만명을 돌파했다. 공연 실황 영화의 역대 최고 흥행작은 <러브 유어셀프 인 서울>이다. 세계적인 K팝 그룹 BTS(방탄소년단)의 2019년 월드투어 첫 무대였던 서울 콘서트를 촬영한 작품으로 관객 34만명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