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편의점 냉장음료 코너에서 단백질 음료들이 주역을 차지하기 시작했다. 이런 단백질 음료는 우유나 두유처럼 ‘단백질이 좀 든 음료’ 수준이 아니고 아예 한 끼니에서 먹을 양 이상의 단백질이 든 제품들이다.
이런 제품들은 원래 해외에서 ‘RTD(Ready To Drink)’라고 부르던 단백질 보충제의 한 카테고리로, 물에 타먹을 필요가 없고 휴대가 간편해 주로 근력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운동 후 먹는 제품이었다. 그런데 최근 국내에서도 근육량과 단백질 섭취에 관심이 많아지며 대기업들이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대중적인 건강음료의 하나가 되었다. 그렇다면 운동인의 관점에서 어떤 것을 골라야 할지 알아보자.
첫 번째로 봐야 할 것이 한 팩에 든 단백질의 양이다. 먹는 사람이 양을 조절할 수 있는 가루 보충제와 달리 단백질 음료는 한 번에 한 팩으로 양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몸에서는 단백질이 들어오면 근육 같은 새 조직을 본격적으로 만드는데, 특히 운동 직후에 이런 반응이 강하다. 이때 단백질을 먹어주는데 적게는 20g, 많게는 40g 정도 먹을 때까지 근합성 속도가 빨라진다. 다른 음식과 함께 먹는다면 음료의 단백질 함량은 좀 낮아도 상관없겠지만 단백질을 음료만으로 먹는다면 한 팩에 ‘최소’ 20g은 넘겨야 최대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두 번째는 단백질 원료다. 단백질은 다른 영양소와 다르게 ‘아미노산 구성이 완벽한 단백질인지’가 아주 중요하다. 그래서 원료에 따라 점수를 매길 정도다. 많은 단백질 원료 중 가장 질이 좋은 건 우유에서 뽑아낸 분리유청단백(WPI)이고, 그 외에 농축유청단백(WPC), 분리유단백(MPI), 농축유단백(MPC), 우유, 분유 등이 원료로 쓰인다. 채식 단백질은 분리대두단백(ISP)이나 현미, 완두단백질, 두유 등도 쓰인다. 식물성 원료는 우유 기반 원료에 비해서는 저렴한 편이다.
단백질의 질을 따지려면 ‘단백질 소화율 교정 아미노산 점수(PDCAAS)’ 같은 전문 지표를 봐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BCAA 함량을 보는 게 간단하다. 대부분의 국내 제품이 포장에 BCAA 함량을 표기하고 있어서인데, 근육을 만드는 핵심이 되는 3종의 아미노산(로이신·이소로이신·발린)인 BCAA의 합계치를 말한다. 셋 중에서도 로이신(류신)이 핵심이다.
BCAA가 단백질 중 18% 이상, 예컨대 단백질이 20g인데 BCAA가 3.6g 이상이면 가장 좋다. 이런 제품은 WPI, WPC, MPI 같은 질 좋은 원료를 썼을 가능성이 높다. 한편 BCAA가 14~15% 이상이면 나름 양호한 구성이라 할 수 있다. 분유, 대두단백질이나 식물성 혼합 단백질이 대개 이 정도다. 이쯤만 되어도 거의 완전한 단백질이라고 볼 수 있다.
BCAA 비율이 이보다 낮다면 일반적인 단백질 보충 용도로는 권하기 어렵다. 주의해야 할 것이 콜라겐 음료인데, 콜라겐은 돼지나 소, 생선의 껍질 같은 부산물에서 추출한 단백질로, 대개 피부미용 보조제로 쓴다. 영양성분표에는 단백질로 표기되므로 일반적인 단백질 음료와 혼동하기 쉽지만 아미노산 구성이 나쁜 불완전 단백질이라 근성장 목적이라면 맞지 않는다.
세 번째로 봐야 할 것이 당류와 첨가물이다. 일부 제품은 당류가 단백질 못지않게 많이 들어 있다. 단백질 음료니까 무조건 건강음료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한편 당류가 0에 가까운 제품들은 당류 대신 감미료가 들어 있다. 대부분의 감미료는 상식적인 섭취 선에서는 문제가 없지만 드물게 특정 감미료에 속이 더부룩해지는 등 몸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경우도 있다. 본인이 그런 체질이라면 어떤 감미료를 썼는지 미리 확인이 필요하다.
<수피 운동 칼럼니스트 <헬스의 정석> 시리즈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