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탄핵 요건에 대한 검토 필요

2024.10.21 21:16 입력 2024.10.21 21:18 수정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 당장 대통령 탄핵을 해야 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그러나 탄핵요건에 대한 검토는 필요하다는 얘기다.

실제로 탄핵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탄핵절차는 신속하게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것이 갈등과 혼란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사전적인 검토와 논의가 필요하다.

대통령 탄핵은 헌법과 법률에 따른 절차이다. 요건도 까다롭다. 대통령이 실정(失政)을 한다고 해서 곧바로 탄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탄핵소추를 했다가 기각되면, 오히려 정치적 혼란만 커질 수 있다. 따라서 거대 야당 소속 정치인이 지금 시점에서 탄핵을 거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오히려 지금은 정치권 바깥에서 탄핵에 대한 검토와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렇게 하는 것이 대통령의 권력남용에 대한 견제 효과도 있을 수 있다. 탄핵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운영 방식을 바꾼다면, 그것도 좋은 일이다. 물론 그럴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탄핵 요건에 대한 검토와 논의를 할 때, 우선 봐야 할 것은 노무현, 박근혜 전 대통령 사례일 수밖에 없다. 모두 국회에서는 탄핵소추안이 의결됐던 사례이다. 그러나 헌법재판소의 결론은 달랐다. 전자는 탄핵이 기각됐고, 후자는 헌법재판관 전원이 탄핵에 찬성했다. 이런 차이가 발생한 이유는 단순히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했다는 것만으로 탄핵의 요건이 충족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는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가능하려면, “대통령의 법 위배행위가 헌법 질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과 해악이 중대하여 대통령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대통령 파면에 따르는 국가적 손실을 압도할 정도로 큰” 경우여야 한다고 판단했다. 즉 “파면을 정당화할 수 있을 정도로 중대한 헌법이나 법률 위배가 있는 때”에만 탄핵 결정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또한 정치적 무능력, 정책 결정상의 잘못 등 직책 수행의 성실성 여부는 탄핵 사유가 될 수 없고, 대통령 취임 전의 일도 탄핵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헌재의 판단기준이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드러난 여러 사실관계와 의혹들을 헌법재판소의 판단기준과 맞춰볼 필요가 있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워낙 많은 문제들이 드러나 왔기에, 집단지성에 의한 검토와 논의가 필요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에 탄핵 사유로 인정된 핵심은 △제3자의 이익을 위해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남용하거나 국가기관이나 조직을 동원한 점 △대통령의 지위를 이용하여 기업에 재산출연을 강요하는 등 기업의 사적 자치 영역에 간섭한 점 △직무와 관련된 비밀이 유출되도록 지시 또는 방치한 점 △공직자가 아닌 사람의 의견을 비밀리에 국정에 반영한 점 등이다.

그렇다면 이런 기준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적용해 보자. 카테고리별로 유형화해 볼 필요가 있다. 첫째,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남용한 것과 관련해서는 대통령이 채 상병 사망 사건에 대한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매우 중요하다. 만약 외압을 행사한 것이 사실이라면 탄핵 사유가 될 수 있다. 또한 대통령이 여당 대표를 갈아치우는 등 여당 당무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둘째, 대통령이 아닌 사람이 국정운영에 깊숙이 개입했고, 대통령은 이를 방치한 의혹이 있다. 국민은 김건희 여사를 대통령으로 선출하지 않았다. 선출되지 않은 사람의 국정 개입을 방치하는 대통령이라면, 그 자격이 없다. ‘십상시’니 ‘김건희 라인’이니 하는 얘기가 사실이라면 심각한 문제이다. 김 여사의 공천개입 의혹, 대통령실 이전 과정 의혹, 양평고속도로 의혹 등도 중요하게 볼 필요가 있다.

셋째,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여러 의혹들을 방치하는 것을 넘어서서 이를 은폐·비호하기 위해서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남용했는지이다. 백번을 양보해서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해 반복적으로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 자체는 헌법상 인정된 권한이라고 치자. 그렇지만 그 외의 방법으로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은폐·비호한 것이 드러난다면 탄핵사유가 될 수 있다.

최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여사의 대외활동 자제’를 얘기하지만, 그 선에서 끝낼 문제가 아니다. 대통령 아닌 사람의 국정 개입은 국기문란이므로 반드시 진실규명이 필요하다. 물론 의혹만으로는 안 된다.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가 필요하다.

이런 검토와 논의를 하지 않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불행하게도 지금 상황은 그렇지 않다. 탄핵도 헌법 질서의 한 부분이라면, 검토와 논의를 마냥 미룰 수는 없다.

하승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

하승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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