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역사 교과서에 ‘3·15의거’ 명확히 기술하라”…부글부글 끓는 경남, 지방의회 결의안까지

2024.10.27 15:12 입력 2024.10.27 16:06 수정

3·15의거 용어와 사진이 빠진 한 출판사의 2025년 한국사교과서(견본). 김정훈 기자

3·15의거 용어와 사진이 빠진 한 출판사의 2025년 한국사교과서(견본). 김정훈 기자

이승만 정권의 붕괴를 촉발시킨 3·15의거가 새 역사·한국사교과서에서 대거 누락된 것과 관련해 지역 사회의 분노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교육청이 시정을 요구하고 시·도의회가 잇따라 규탄 결의안까지 채택하자 일부 출판사들이 뒤늦게 수정 작업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23일 창원특례시의회는 제138차 임시회를 열고 문순규 의원이 대표발의한 ‘3·15의거의 한국사 교과서 삭제 규탄 및 시정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다.

의원들은 결의안에서 “3·15의거 삭제를 강력히 규탄하며, 정부와 교육부, 국가교육위, 국사편찬위, 한국교육과정평가원, 16개 출판사에 조속한 시정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경남교육청에 따르면 교육부의 검정을 통과해 2025년부터 사용될 중·고등학교의 새 역사·한국사교과서 16종에서 ‘3·15의거’와 관련된 내용이 아예 빠져있거나 축소됐다.

3·15의거는 1960년 3월 15일 정·부통령 부정선거에 항거해 당시 마산시민과 학생이 중심이 돼 일어났으며, 4·19혁명의 도화선이 된 대한민국 최초의 유혈 민주화운동이다.

한 출판사의 2025년 한국사교과서(견본)의 역사 연표에 3·15의거 내용이 빠져 있다. 김정훈 기자

한 출판사의 2025년 한국사교과서(견본)의 역사 연표에 3·15의거 내용이 빠져 있다. 김정훈 기자

당시 4월 11일 마산 중앙부두에 떠오른 김주열 열사의 참혹한 모습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항거가 전국으로 확산했다. 국가보훈부에 따르면 3월 15일 1차 의거, 4월 11∼13일 2차 의거로 12명이 사망하고, 250여 명의 부상이 발생했다.

3·15 의거일은 2010년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이후 정부기념식으로 격상됐고, 2011년부터 매년 보훈부 주관으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2021년에는 ‘3·15 의거 참여자의 명예회복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돼 역사적 의미도 정립됐다.

하지만 내년에 학생들이 배울 역사·한국사교과서(견본) 중학교 7종과 고등학교 9종 가운데 6종에는 ‘3·15의거’ 용어 자체가 빠졌거나 의거 과정·희생자 서술 등이 제대로 설명돼 있지 않다.

김주열 열사의 죽음에 분노한 마산심들과 학생들의 시위 장면. 3·15기념사업회 제공

김주열 열사의 죽음에 분노한 마산심들과 학생들의 시위 장면. 3·15기념사업회 제공

고등학교 한국사교과서 3종만 학습활동·연표·사진 등에 ‘3·15 마산의거’ ‘마산의거’ ‘3·15의거 기념탑’을 부분적으로 표현해 놓는데 그쳤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난 18일 열린 도교육청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도 출판사와 교육부에 대한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박종훈 경남교육감은 “3.15를 (교과서에) 넣어달라는 요청을 공식적으로 교육부와 교과서 만드는 곳에다 요청을 했다”며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최초의 시민 항거라고 저희들이 평가하는 3.15의거가 역사적으로 좀 더 제대로 평가받았으면 하는 생각을 간절하게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경남도의회도 지난 22일 ‘3·15의거 사라진 한국사교과서 시정 촉구 대정부 건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 대통령·국회의장·정당대표 등에게 전달했다. 앞서 3·15의거기념사업회, 3·15의거유족회, 3·15의거부상자회, 3·15의거공로자회도 이달초 공동성명서를 내고 수정을 요구했다.

남기문 사단법인 3·15기념사업회 상임이사는 “3·15의거는 역사적으로 정립된 사실”이라며 “교과서에 명확히 기술해 학생들에게 민주주의 가치를 심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사회의 반발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교육부는 최근 역사·한국사교과서(16종)를 만든 9개 출판사에 관련 내용을 검토해 달라는 의견을 전달했다. 일부 출판사도 교과서 집필진 회의를 통해 내용을 논의하고 수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부 관계자는 “출판사의 논의 결과가 들어오며 검토해 승인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모든 출판사가 내용을 수정할지는 확답할 순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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