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철을 앞두고 정부는 채소 수급에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지난 여름 이례적인 폭염과 가뭄 등의 영향으로 배추와 무의 재배면적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무의 재배면적은 20% 가까이 줄어 역대 가장 작은 규모를 기록했다. 재배면적 감소로 채소 수급 불안 우려가 커지고 있다.
30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가을배추·무 재배면적 조사 결과’를 보면, 올해 가을 무 재배면적은 지난해(6207㏊, 헥타르·1㏊=1만㎡)보다 1205㏊(19.4%) 감소한 5003㏊(일반무 4174㏊)로 나타났다. 가을 배추 재배면적도 1만2998㏊로 지난해(1만3152㏊)보다 154㏊(1.2%) 감소했다. 무와 배추는 지난 7~9월 정식기와 파종기 때 폭염·가뭄 영향으로 재배면적이 감소했다. 가을 무는 1975년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역대 최소 면적이며, 가을 배추는 5년 만에 가장 작은 규모다.
이처럼 재배면적이 줄면서 김장철 채소 수급에 차질이 우려된다. 최근 무와 배추의 가격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나, 지난해에 비해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전날 기준 무 1개 소매가격은 3465원으로 지난해(2163원) 대비 60.2% 높다. 배추 한 포기 가격은 6627원으로 지난해(5103원)보다 29.9% 높은 수준이다.
농식품부는 조사 방식과 시점의 차이로 인해 재배면적 감소 폭이 커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계청의 이날 일반무 재배면적 추정치(4174㏊)가 최근 한국농촌경제연구원(농경연)의 추정치(5139㏊)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것인데, 두 기관의 차이는 965㏊다. 이는 여의도 면적(290㏊)의 3배를 넘는 규모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통계청은 재배면적 조사 당시(9월19~10월11일) 싹이 자란 면적만 포함했지만, 농경연 농업관측센터는 싹이 돋지 않은 면적도 재배면적에 포함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지난달 상순까지 이어진 고온으로 평년보다 늦은 9월 중순까지 재파종과 보식(다시 심기)을 한 농가가 많았다”며 “조사 시점에 따라 재배면적 차이가 크게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또 올해 고온으로 재파종한 농가들이 많아 종자업체들의 가을무 종자 판매량이 전년 대비 약 15~20%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강조했다. 통계청 조사에 포함되지 않은 재배면적이 많고, 종자 판매량이 늘어난 만큼 실제 생산량 감소는 크지 않을 것이란 의미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재배면적과 작황을 지속 점검하고 단위 면적당 수확량 변동에 따른 생산량 전망과 가을무 수요 등을 고려해 수급 안정 대책을 적시에 추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