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몽펠리에의 ‘한국 문화 전도사’ 무용가 남영호
2015년 ‘코레디시 페스티벌’ 첫발
총감독으로 기획·섭외 등 도맡아
단골도 생긴 시민행사로 키워내
10년간 ‘여기, 한국이 있다’ 알려
“내년부터 다양한 콘텐츠로 변화”
프랑스에서 한국을 알리고 있는 무용가 남영호씨(58·왼쪽 사진). 그는 20대 중반의 나이에 프랑스 남부 지중해에 인접한 몽펠리에에 터를 잡았다. 몽펠리에는 프랑스 현대무용의 거점이다. 30대 중반 이하의 젊은층이 전체 인구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역동적인 곳이다. 이화여대 무용과, 파리 5대학 무용과를 나온 남씨에게 몽펠리에는 꿈을 펼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그는 몽펠리에 시립무용단에서 활동하며 몽펠리에에 적응하기 시작했고, 얼마 안 가 자신의 무용단 ‘코레그라피(한국을 그리다)’를 만들었다. 현지 무용단의 제작 지원과 협업도 꾸준히 이어졌다. 지난 14일 몽펠리에 자택에서 경향신문 기자와 만난 남씨는 “당시만 해도 몽펠리에 사람들은 한국을 몰랐고, 한국도 몽펠리에를 알지 못했다”고 회상했다.
그가 ‘몽펠리에 사람들에게 한국을 알려보자’고 진지하게 고민한 건 한·불 수교 130주년이 되던 2015년이었다. 남씨는 “애국심이었는지 모르겠는데, 어느 순간 ‘두 나라가 다양하게 교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의 구상은 ‘페스티벌’ 기획으로 이어졌다. 몽펠리에시를 찾아가 한국 문화 축제를 제안했고, 흔쾌히 제안을 수용한 몽펠리에시 덕분에 한·불 수교 130주년에 맞춰 ‘코레디시 페스티벌’을 열 수 있었다. ‘코레디시’는 우리말로 ‘여기에 한국이 있다’는 의미다. 페스티벌에서 그의 공식 직함은 ‘총감독’이다. 행사 기획, 공연진 섭외, 협찬 등 모든 것을 도맡았다. 페스티벌 구성은 음식, 공연, 전시, K팝 등 한국 문화의 대표 콘텐츠들로 채웠다.
지난 10~20일 10번째 코레디시 페스티벌이 열렸다. 프랑스와 한국의 음악가, 무용가들이 펼치는 ‘한·불 즉흥판 프로젝트’, 음악 그룹 ‘첼로가야금’의 공연과 한류 카툰 전시, 콘서트 등을 선보였다.
10년째를 맞다 보니 어느덧 ‘단골’도 생겼다. 남씨는 “매년 페스티벌을 찾는 현지 사람들 중엔 ‘한국에 가서 먹은 음식이 너무 맛있었다’고 먼저 말을 걸거나, ‘한국의 드라마와 음악을 봤다’며 나에게 자랑 삼아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했다. 코레디시를 통해 한국이 알려지면서, 한국어 수업을 하는 현지 중학교와 고등학교 등도 4곳에 달한다.
페스티벌은 자리를 잡았지만, 그에 맞춰 질적인 면을 높여야 하는 숙제도 안고 있다. 남씨는 “그간 몽펠리에시와 한국문화원 등 여러 기관과 개인의 도움으로 행사를 치러왔다”며 “10년째 좋은 평가를 받는 코레디시 페스티벌의 인지도에 맞춰 작품과 예술가들을 섭외하려면 예산이 충분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한국 정부와 민간 기업 등 국내에서 많은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남씨는 내년엔 페스티벌의 명칭과 프로그램에 변화를 꾀할 생각이다. 명칭은 ‘코리안 프렌치 아트 커넥션’으로 바꾸고, 단기간 진행하던 방식에서 연중 한국의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는 형태로 변화를 줄 예정이다. 남씨는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모든 것을 새롭게 바꿔보려 한다”며 “지난 10년은 ‘여기에 한국이 있다’를 알렸다면, 내년부터는 ‘세계의 중심, 한국’을 다양하게 이야기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