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 대안으로 떠올랐던 ‘공공’배달앱…전국 지자체는 ‘각자도생’ ‘진퇴양난’ 혼란

2024.10.31 14:02 입력 2024.10.31 14:50 수정

서울 송파구 우아한형제들 본사 앞에서 30일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 조합원들이 기본 배달운임 인상과 배달 기사의 요구가 반영된 배달앱 상생협의체 상생안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송파구 우아한형제들 본사 앞에서 30일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 조합원들이 기본 배달운임 인상과 배달 기사의 요구가 반영된 배달앱 상생협의체 상생안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높은 수수료율을 둘러싼 배달플랫폼과 소상공인의 협상이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낮은 중개수수료로 주목받았던 공공배달앱들도 부진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낮은 인지도, 민간 대비 소극적인 소비자혜택 등이 원인인데, ‘세금 먹는 하마’ vs ‘소상공인의 마지막 보루’라는 의견이 팽팽히 맞선다.

일각에서는 난립한 지자체별 지원 사업을 통합,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통합앱을 출범시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900억원 매출’에도 철수하는 경북…전국 평균 밑도는 서울은 ‘투자’

30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경북도는 2021년 9월부터 운영한 공공배달앱 ‘먹깨비’ 지원사업을 내년부터 종료하기로 했다. 민간업체에서 운영하는 먹깨비는 수수료율 1.5%로 신한은행 ‘땡겨요(2%)’, 경기도 ‘배달특급(1%)’과 함께 대표적인 공공배달앱으로 꼽힌다.

먹깨비는 첫해 68억원의 거래액을 기록한 이후 2022년 262억원, 지난해 308억원 의 매출을 올리며 매년 성장해왔다. 지난 8월 기준 누적 주문 건수는 345만건, 매출액은 838억원이다. 연말에 배달 주문이 몰리는 것을 고려하면 올해 매출액 900억원 돌파도 전망된다.

경북도가 먹깨비 철수를 결정한 이유는 할인쿠폰 지원 등으로 총 74억원을 투입했지만 시·군별 이용 편차가 심하고 예산 투입 대비 성과가 낮다는 이유에서다. 경북도 관계자는 “회원 증가율이 매년 감소하는 추세고 가맹점은 지난해 1만2929개에서 올해 1만2343개로 586개 줄었다”고 말했다.

먹깨비 측은 경북도가 투입한 예산보다 수수료 절감효과가 크다는 입장이다. 소상공인이 받은 혜택을 10%로 잡더라도 수수료 절감액만 90억원에 달한다는 것이다. ‘배달의 민족’ 등 민간 플랫폼들은 수수료와 광고비 등으로 매출액의 30%를 전체 수수료로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먹깨비 관계자는 “배민이 한해 마케팅 비용으로만 3000억원을 쓴다는 것을 고려하면 적은 홍보비용으로 매년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시도 땡겨요·먹깨비 등 민간 배달앱과 제휴를 맺고 ‘서울배달플러스(+)’라는 공공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배달+’의 올 9월말(안드로이드 OS 기준) 점유율은 2.74%로 전국 공공배달앱 평균 점유율(3.87%)보다 낮다. 서울배달+ 이용객 수는 62만8000여명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공공배달앱 점유율이 미미한 상황이지만 소상공인 지원 등 순기능을 감안해 서비스 활성화를 위한 투자는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배민 독립선언 ‘광주’…‘대구’는 나홀로 성공?

민간앱과 경쟁하며 꾸준한 성과를 거두는 공공앱들도 없지는 않다. 광주광역시경제진흥상생일자리재단 등 광주지역 경제 단체들은 “배민이 소상공인에게 과도한 수수료와 광고비용 등을 전가하며 횡포를 부리고 있다”며 가맹을 탈퇴하는 ‘배민독립’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선영 상생일자리재단 디지털전환실장은 “가맹점주뿐만 아니라 소비자들도 배민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면서 앱 사용을 조금씩 줄이고 있다”며 “공공배달앱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운동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배민의 올해 9월 평균 일 사용자 수는 약 557만명으로 지난 8월(약 581만명)보다 24만명 가까이 감소했다. 반면 경쟁사인 쿠팡이츠는 164만명에서 170만명까지 늘었다.

광주시는 공공배달앱에 할인쿠폰 등을 지원하며 배민독립을 지지하고 있는데, 광주형 공공배달앱의 시장 점유율은 올해 17%까지 올랐다. 이 앱의 누적 매출액은 369억원이다.

대구시가 운영하는 ‘대구로’는 공공배달앱 성공사례로 꼽힌다. 인구 237만 도시에서 점유율 10%를 차지하고 있어서다. ‘서울배달+’나 경기도 ‘배달특급’ 등이 1~2%대 점유율을 기록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2021년 서비스를 시작한 대구로는 가입자 수가 17만명에서 54만여명으로 늘었다. 가맹점도 같은 기간 9000곳에서 1만8000곳으로 증가했다. 대구 음식점(약 4만5000곳)의 40%가 대구로에 입점한 셈이다. 지난해 매출은 570억원으로 17%의 점유율을 기록한 광주보다 훨씬 큰 규모다.

대구로의 성공은 공격적 마케팅에 있었다. 대구시는 대구로 서비스를 시작한 뒤 2개월 동안 홍보·할인쿠폰 지원비로 12억원을 쏟아부었다. 당시 대부분 음식을 배민보다 2000~3000원 싸게 살 수 있게 되면서 대구로 가입자 수는 급속히 늘었다.

■지자체가 개발한 공공배달앱…사실상 ‘전멸’

지자체들이 앞다퉈 만든 공공배달앱은 줄줄이 퇴출당하고 있다. 2020년 코로나19로 배달 산업 규모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출시된 공공배달앱만 30여개에 달한다. 이중 현재까지 살아남은 곳은 10개 내외다.

강원도가 2021년 출시한 공공배달앱 ‘일단 시켜’는 지난해 말 운영을 종료했다. 부산시가 2022년 출시한 ‘동백통’(지난 5월)과 대전 ‘휘파람’(지난해 4월)도 일찌감치 문을 닫았다. 경남 공공배달앱 ‘거제올거제’는 출시 2년을 넘기지 못했다.

남아있는 앱들도 대부분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경기도의 ‘배달특급’은 투입한 예산 대비 중개수수료 이익이 2021년 -127억원에서 2022년 -67억원, 2023년 –62억원을 기록했다.

공공배달앱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은 홍보·마케팅 부족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2022년 3분기 외식산업인사이트 리포트’를 보면 점주들은 공공배달앱 사용 시 애로사항으로 ‘낮은 인지도’(42.5%)를 가장 먼저 꼽았다. 소비자가 앱을 찾지 않다 보니 점주들도 앱에 입점을 꺼리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생각보다 가격 이점이 적었다는 점도 문제다. 배민 등은 수시로 할인 쿠폰을 제공하는 등 공격적 마케팅을 펼치지만, 지자체는 자본력이 필요한 할인 행사를 지속하기 어려워 낮은 수수료율의 의미가 퇴색됐다는 것이다. 시장 상황에 뒤떨어진 인터페이스도 실패 요인으로 지목됐다. 조금이라도 불편하면 발길을 끊는 디지털 소비자의 특성이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지원? 철수?…딜레마에 빠진 ‘공공배달앱’

-경향신문이 한국외식산업연구원에 의뢰해 지난 16~17일 전국 외식점주 11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이 중 88명(80.0%)이 높은 수수료 때문에 배달앱 탈퇴를 고려했다고 답했다. 그런데 탈퇴를 고민한 이들 네 명 중 세 명(73.9%)은 실제로 배달앱을 탈퇴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탈퇴하지 못한 이유로는 ‘울며 겨자먹기로 매출을 유지하기 위해’ ‘경쟁업체가 배달앱을 이용하고 있어서’ ‘앱 없이는 배달할 수 없어서’ 등 대안이 없다는 응답이 많았다.

이에 ‘공룡배달앱’ 견제를 위해 국비 투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진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공공배달앱 성장세가 더디다고 지원을 끊는 것은 공룡기업의 횡포를 도와주는 꼴”이라며 “형평성 문제도 공익적인 정책목표에 따라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재정 투입을 통한 공공배달앱 활성화는 지속 가능한 사업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배달하지 않는 자영업자는 혜택에서 배제돼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김민정 계명대 경제금융학과(소비자학 전공) 교수는 “공공배달앱 운영기업이 다른 기업에 지분을 넘기거나 지자체장에 바뀌는 경우 사업 지속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시장에 공정한 경쟁을 촉진하는 등의 방식을 통해 수수료를 떨어트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상 독과점 상황인 배달 앱 시장에서 힘을 보여줄 수 있는 건 소비자”라며 “한국은 소비자운동이 너무 축소돼 있다. 이번 기회에 소비자의 힘을 보여줄 수 있는 불매운동 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흩어져 있는 배달앱을 통합하는 등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중선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사무처장은 “배민의 현재 시스템을 따라가려면 소비자의 선택권을 충분히 보장할 수 있는 규모의 배달플랫폼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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