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미국에서 받은 무기로 가자지구 민간인의 피해를 초래한 사례가 약 500건 파악됐으나 미국 정부가 아직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이 이스라엘을 의식해 소극적으로 대응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30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사안에 정통한 여러 관계자를 인용해 “바이든 행정부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민간인 공격에 미국 무기를 사용했다는 보고를 500건 가까이 접수했음에도 자체 기준에 따른 신속한 조사를 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미국산 무기의 오용 사례를 추적하기 위해 언론 보도, 시민단체, 해외 정부 등 여러 경로로 정보를 수집했다. 이렇게 수집된 사건 중에는 팔레스타인인 약 90명이 숨진 현장에서 보잉사가 제조한 무기가 발견된 사례, 6세 아동과 일가족이 차 안에서 사망했고 현장에선 미국산 120㎜ 포탄이 발견된 사례 등이 있다. 한 관계자는 “사건 일부는 미국 법과 국제인도법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미 국무부는 지난해 9월 민간인 피해 사건 대응 지침(CHIRG)을 발표하며 미국산 무기와 관련된 인권 침해를 감시하고 조처를 내리는 제도를 공식화했다. 접수된 사건에 대해서는 교육·훈련 강화, 향후 무기 판매 제한, 외교적 대응 등의 선택을 내릴 수 있다. WP에 따르면 조사를 시작한 지 2개월 이내에 조치를 결정하게 돼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민간인 공격 사건에선 단 한 건도 최종 조치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고 전·현직 관계자가 WP에 밝혔다. 이들은 “3분의 2 이상이 해결되지 않은 채로 남아 있으며, 많은 건이 이스라엘 정부의 협의를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한 전직 관계자는 “우리는 이스라엘 정부에 미리 경고했는지, 왜 학교나 안전지대를 공격했는지 등을 묻는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더디고 소극적인 처분을 두고 미국이 우방 이스라엘의 편에 기울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무기 거래 전문가 존 래밍 채플 변호사는 “미국은 이스라엘에 사실상 무조건 무기를 이전해주기 위해 민간인 피해와 잔혹 행위에 대한 증거를 무시하고 있다”며 “바이든 행정부의 무기 정책은 서류상으론 좋아 보이지만 이스라엘에 관한 한 무력해진다”고 밝혔다. 사라 야거 휴먼라이츠워치 워싱턴지부장은 “미국은 이스라엘에 무기를 가장 많이 지원하는 국가다. 1년이 지났는데 미국은 언제 단호하게 행동할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WP 보도에 대해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여러 사건을 검토하고 있으며 아직 최종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사건이 없다”며 “사실과 정보를 수집하고 법적 판단을 내려야 한다. 상충하는 설명도 있어 이를 최선을 다해 정리하는 것이 우리의 임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테러리스트의 공격과 맞서 싸우는 이스라엘의 분투와 관련해 미국 정부와 지속해서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