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학력평가원이 펴낸 한국사 교과서를 채택한 일반계 고등학교가 사립 문명고등학교인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교과서 필진 중 한 명이 문명고 교사다.
31일 취재를 종합하면 경북 경산시에 위치한 문명고는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2022개정 교육과정 한국사 1·2 교과서로 한국학력평가원 출판본을 선정했다. 문명고가 교과서 선정 과정을 거친 뒤 교육행정정보시스템인 나이스(NEIS)를 통해 한국학력평가원 교과서 주문을 넣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교과서는 친일 인사와 독재 정권을 옹호해 논란이 됐다.
문명고는 전국 일반계고 중 유일하게 한국학력평가원 교과서를 채택했다. 이병철 문명고 교사가 해당 교과서 Ⅱ단원을 집필했다. 한국사 1 Ⅱ단원은 근대 이전 시기를, 한국사 2 Ⅱ단원은 광복 이후부터 박정희 정부 시기까지 다룬다. 문명고는 2017년 박근혜 정부 당시 전국에서 유일하게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로 지정돼 논란이 됐다.
이 교사는 과거에 이승만·박정희·전두환 정부 등 독재 정권을 두둔하는 글을 쓰기도 했다. 이 교사는 2022년 8월26일 역사연구재단 세미나 자료에서 “한국사의 어느 시대보다 현대사만큼은 방송 기획자와 대중 역사가의 편향된 의식이 현저하게 보인다”며 “대한민국 건국 후 이승만·박정희·전두환 정부에 관해서는 거의 융단폭격하듯 비난하는 것이 다수”라고 했다. 그는 또 “방송 미디어를 통해 좌편향된 교육을 학생에게 심어 대한민국의 국가관과 자유시장 체제를 뒤엎고 좌파 중심의 국가 주도 체제를 실현하고 있다”고 썼다.
이날까지 한국학력평가원 교과서를 채택한 전국 고등학교는 2곳이다. 나머지 한 곳은 경기 양주시 소재 대안학교다. 이 학교는 학교운영위원회를 열지 않고 한국학력평가원 교과서를 채택해 논란이 되자 교과서 선정 절차를 다시 진행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