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투자증권의 1300억원대 상장지수펀드(ETF) 운용 손실 사태와 관련해 금융당국이 31일 “최대한 조치를 강하게 할 수밖에 없다”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좀비 기업’ 퇴출을 신속히 하기 위해 상장폐지 절차의 속도를 높이고 상장폐지 기준의 허들을 낮추겠다고도 했다.
함용일 금융감독원 부원장은 이날 현안 브리핑에서 “(신한투자 손실사태는) 개인적인 문제는 당연하고 조직적인 문제도 굉장히 클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신한투자증권은 ETF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 유동성공급자(LP) 부서에서 본연 업무와는 무관하게 추가 수익을 위해 코스피200 선물 매매를 시도하다 1357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이후 사내 자체 조사에서 손실을 감추기 위해 외국계 증권사와 스와프 거래를 한 것으로 허위 보고한 사실도 드러났다. 금감원은 신한투자증권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함 부원장은 “LP는 헤지(위험을 피하는 것)를 위해 총량 손익을 0으로 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하는데, 마음을 잘못 먹으면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다”며 “신한 같은 경우 개인이 사고를 치고 공범도 있기 때문에 개인적 일탈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어 “팀장과 부장이 공모했다면 수직적 통제를 기대할 수 없고 리스크를 제어하는 기능을 하는 수평적 통제도 되지 않는다. 수직적 통제와 수평적 통제 부실이 동시에 일어난다면 회사의 치명적인 설계 운영상 문제점이라고 봐야 될 것”이라며 “금융산업 전반의 문제인지는 따져볼 문제지만 두 가지 모두 심대한 문제점이 노출됐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합병 비율 산정과정에서 주주가치 침해 논란이 불거진 두산 로보틱스-밥캣 합병안에 대해서도 함 부원장은 “당국이 (합병비율에) 특정한 평가 방법을 따르도록 지적할 수는 없다”면서도 “어떤 방법을 왜 썼는지 자세히 기술해 투자자들이 합리적 판단을 할 수 있게끔 하면 된다”고 말했다.
두산은 지난 30일 자진 정정신고를 통해 안진회계법인 외에도 제3의 외부평가기관을 선정해 합병 절차의 공정성을 높이겠다고 공시했다. 다만 시가를 기준으로 한 합병비율을 두고 논란이 커지는 만큼 당국은 합병제도 개선에 착수한다는 입장이다. 함 부원장은 “두산 구조조정 과정에서 제기된 가평가액 산정 방식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유관기관과 함께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강조했다.
금감원은 상장폐지 절차도 개선하겠다고 했다. 함 부원장은 “우리는 퇴출이 굉장히 어렵고 거래소가 과감하게 (기업의 퇴출을) 결정하지 못한 측면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상장폐지 심사 절차를 줄이고 퇴출 허들을 낮춰 퇴출되게 하자는 대전제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가 상장폐지에 대해선 (절차를) 더 빨리 하고 과감하게 퇴출시키자고 주장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사의 충실 의무 확대에 대해서는 “주주 이익 훼손 우려 사항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제도 개선 등이 필요한 데 깊이 공감한다”며 “다만 현행 법 체계의 이슈와 경영상 혼란 등 재계 우려 사항이 있을 시 주주이익의 실효적 보호 등을 감안한 균형감 있는 방안이 제시될 수 있도록 기관 간 협의를 지속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