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6차 한·미 안보협의회의 공동성명
내년 을지 훈련서 ‘핵·재래식 무기 통합’ 도상연습 진행
인·태 안보협력 문서화…미 중국 견제에 한국 이용 우려
한국과 미국 국방장관이 북한 핵 사용에 대한 대응 시나리오를 한·미 연합연습에 포함시키겠다고 밝혀 ‘핵·재래식 무기 통합’(CNI)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반도 ‘비핵화’를 추구한다는 목표는 한·미 안보협의회의(SCM) 공동성명에서 8년 만에 빠졌다.
김용현 국방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30일(현지시간) 워싱턴 인근 미 국방부 청사(펜타곤)에서 제56차 한·미 SCM을 연 뒤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향후 연합연습에는 북한의 핵 사용에 대한 대응을 포함한 현실적인 시나리오를 포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내년 8월쯤 실시되는 한·미 연합군사연습 ‘을지 자유의 방패’(UFS·을지프리덤실드)에서 CNI 도상연습(TTX·토의식 훈련)이 진행된다. 올해 TTX는 UFS와 별개로 이뤄졌다.
CNI는 재래식 무기를 운영하는 한국군이 핵무기를 운용하는 미국 전략사령부 측과 작전의 기획·실행 등에서 협력하는 것을 말한다.
지난 7월 한·미 정상이 승인한 ‘핵억제 핵작전 지침’의 핵심으로, 이를 통해 미국과 일체형 핵 확장억제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정부는 밝혀왔다.
내년 UFS에 북한의 핵 사용 시나리오에 따른 CNI 도상연습이 포함되면서 향후 한미연합사 작전계획에 북한 핵 위협 대응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는 북한의 핵 위협이 기존보다 높아진 현실을 반영한 조치로 풀이된다. 지난 4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북한이 먼저 침공당할 경우를 전제로 서울을 향해 “핵무기를 포함한 모든 공격력을 사용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최근 몇년간 북한이 서울과 남한을 향한 핵 공격을 언급한 적은 거의 없었다.
‘한반도 비핵화’ 문구는 사라졌다. “북한의 핵개발을 단념시키고 지연시키는 노력”이라고만 명시됐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달성”(55차 SCM 공동성명)이나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한 공조”(54차 SCM 공동성명)와 비교하면 다른 표현이다. 2016년 48차 SCM 이후 비핵화 문구가 빠진 건 처음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 비핵화’보다는 한반도와 유럽에서 충돌 위험을 줄이는 데 집중하자는, 현실론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공동성명에는 북방한계선(NLL)이 “군사적 긴장을 예방하는 효과적 수단”이었다며 “북한이 NLL을 존중할 것을 촉구한다”는 표현이 등장했다. ‘적대적 두 국가’를 선언한 북한이 NLL을 무력화할 가능성에 대비하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또 최근 이뤄진 제12차 한·미 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SMA) 협상 타결에 대해 “환영”한다는 표현이 추가됐다. 재협상해 분담금을 올려받겠다고 공언한 도널드 트럼프 미 공화당 대선 후보의 발언을 고려한 조치로 보인다.
이번 SCM에서 양국 장관은 ‘인도·태평양 지역 한·미 동맹 안보협력 프레임워크’를 승인했다. 해당 문서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보다 나은 양국의 공조와 양국 국민, 지역, 글로벌 안보와 번영을 증진시키는 것을 추구한다”고 명시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한반도 이외 지역의 안보협력에 대해 채택한 최초의 문서”라고 설명했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한국군 활동이 공식화된 것이다. 한국군 역할과 위상이 제고됐다는 기대와 동시에 미국의 대중국 견제에 한국군이 이용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