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일 상속세의 유산취득 과세방식 전환을 위한 첫 공식 토론회를 열고 상속세 개편 준비에 들어갔다. 올해 상속세 최고세율을 낮추는 세법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데 이어 내년에 또 다시 상속세를 대대적으로 손보는 것이다. 시민사회에선 유산취득세 도입이 자칫하면 ‘부자 감세’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지만, 이날 토론회에는 유산취득세 전환에 찬성하는 패널들만 초청됐다.
기획재정부가 이날 개최한 ‘유산취득 과세 전문가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김성환 법무법인 (유)광장 변호사는 “현행 유산세 방식의 상속세제는 공평과세와 응능부담원칙(납세자 부담능력에 맞게 공평하게 과세해야 한다는 원칙)에 미흡하다”면서 유산취득세로 전환하자고 제안했다.
현 상속세제는 피상속인(사망자)이 남긴 전체 상속재산에 과세하는 ‘유산세’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유산세 방식에서는 같은 금액을 상속받아도 자녀 수에 따라 내야 할 상속세 부담이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사망자가 남긴 10억원을 상속인 1명이 단독으로 상속받으면 상속세는 2억4000만원이다. 반면 사망자가 남긴 50억원을 상속인 5명이 각 10억원씩 상속받으면 1인당 상속세는 4억800만원이 된다. 전자는 사망자가 남긴 10억원에 대한 세율 30%가 적용되지만, 후자는 50억원에 대한 최고세율 50%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김 변호사는 상속인 입장에서는 같은 10억원을 상속받았는데도 세금을 달리 내면 불공평하다고 지적했다. 유산취득세로 바뀌면 이런 문제가 해결된다. 이에 정부는 상속인이 각자 물려받는 상속재산 기준으로 과세하는 ‘유산취득세’로의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정정훈 기재부 세제실장은 “이르면 내년 상반기 중 관련 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토론회에는 유산취득세 전환에 찬성하는 패널들만 모였다. 심충진 건국대 교수는 “유산취득세로 전환하면 상속세 부담이 낮아지는데, 이는 부자 감세가 아니라 정상화 과정의 하나”라고 말했다. 김경하 한양사이버대 교수는 “유산취득세 전환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 상속세가 내포하는 여러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상속세와 증여세를 폐지하고 자본이득세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기재부는 올해 말까지 국민 1만명 이상을 대상으로 유산취득세 개편에 대한 여론조사를 거쳐 내년 유산취득세 도입법안을 발의할 계획을 세웠다. 기재부가 지난달 31일 나라장터에 올린 ‘유산취득세 전환 필요성과 방향성에 관한 대국민 여론조사’ 용역 입찰공고를 보면, 기재부는 여론조사 추진배경으로 “유산취득세로의 전환은 상속세 과세체계의 근본적 개편이므로 각계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학계와 시민사회에서는 2년 연속 이뤄지는 정부의 대대적인 상속세 개편이 ‘부자 감세’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정부는 올해 세법개정안에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 최대주주 할증평가 폐지, 자녀공제 10배 확대 등의 내용을 담았다. 정부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내년에 유산취득세를 도입하면 상속세 세수가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장혜영 전 정의당 의원실이 국회 예산정책처에 의뢰해 지난해 7월 공개한 ‘유산취득세 전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유산취득세 전환시 상속재산 46억~66억원(과표구간 기준 30억~50억원)대 자산가가 가장 큰 감세 혜택을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모든 상속인 수가 2명이라고 가정했을 때 세수는 2021년 기준으로 1조2000억원이 줄어들 것으로 예정처는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