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녹취는 아무 문제 될 게 없다”
대통령실 해명에도 윤 대통령 지지율 20%선 붕괴
육성 파일에 대통령실 내부도 당황 기류
윤 대통령 ‘사과’에는 선 그은 대통령실
‘결자해지’ 요구 목소리 커질 듯
윤석열 대통령과 명태균씨의 통화 음성 공개에 따른 파장이 커지고 있다.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해온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처음으로 10%대로 추락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고 윤 대통령의 지지 기반에서도 민심 이반 현상이 뚜렷했다. 대통령실 내부에서도 당황한 분위기가 읽히는 등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 동력이 크게 훼손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결자해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은 1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녹취는 정치적으로, 법적으로, 상식적으로 아무 문제 될 게 없는 내용이라는 것을 분명히 대통령실이 확인해드린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명씨에게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의 공천 이야기를 꺼낸 것은 “그저 좋게 이야기한 것뿐”이라는 대통령실의 전날 해명과 같은 취지다.
대통령실의 해명은 여론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9~31일 조사해 이날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직무 수행을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19%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임기 절반도 오지 않아 20%선이 붕괴된 것이다. 대통령실은 더불어민주당이 전날 오전 윤 대통령의 음성 파일을 공개한 지 2시간도 되지 않아 빠르게 입장문을 냈는데도 지지율 하락을 막지는 못했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번 사건으로 대통령실 내부에서도 당황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한 관계자는 공식 입장 외에 다른 이야기를 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면서도 “(음성 파일을 듣고) 어떻게 안 놀랄 수가 있었겠나”라고 말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참모들이 모르는 부분이 좀 있었던 것 같다”며 “일할 의욕이 나겠나. 힘이 많이들 빠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참모들은 지난달 명태균씨 관련 의혹 이 확산하자 명씨를 윤 대통령 부부와의 관계를 과시하고 다니는 흔한 경우 정도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역에서 정치를 하다 보면 명씨처럼 정치인들에게 접근하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윤 대통령도 명씨와 관계를 끊어냈고 김건희 여사가 명씨와 연락을 주고받은 것은 단순한 호의 차원이었다는 게 다수 참모들의 주장이었다. “사기꾼(명씨)의 주장”을 보도하는 언론에 대한 섭섭함을 토로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런 주장은 윤 대통령이 “(공천관리위원회에) 김영선이를 좀 해줘라 그랬는데”라고 말하는 파일이 공개되자 힘을 잃게 됐다.
윤 대통령의 임기 반환점을 앞두고 레임덕이 가속할 가능성이 커졌다. 무엇보다 윤 대통령이 국정 운영의 기치로 내걸었던 ‘공정과 상식’의 기반이 위태로워진 상황이어서 국정 동력을 회복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치는 명분의 싸움이고 명분을 이루는 것은 정부의 국정 철학이라면서 “지금 그 기둥이 흔들흔들한다”고 말했다.
여론을 대하는 대통령실의 자세가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그동안 대통령실은 지지율이 떨어질수록 민생과 개혁 과제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이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국무회의에서 연내 가시적인 개혁 과제 성과를 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치 공세적 이슈가 아니라 정책에 집중을 하면 국민이 언젠가 알아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발언이다. 이런 전략은 오히려 윤 대통령의 ‘마이웨이’ 국정 운영, 독선적인 이미지를 강화하는 쪽으로 작용했다.
정책 성과를 부각하기에는 “상황이 녹록지 않은 건 맞다”는 말이 대통령실에서도 나온다. 한 관계자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참모들이 열심히 머리를 맞대고 있다”면서도 윤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말을 아꼈다. 정 실장은 이날 국감에서 “(윤 대통령의 육성 공개가) 사과할 정도의 문제는 아니다”라고 했다.
오는 10일 임기 반환점을 도는 윤 대통령은 이달 중 대국민 소통 자리를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명씨와 관련한 입장을 어떤 방식으로든 표명해야 하는 시점인 만큼 윤 대통령의 메시지 수위와 형식이 향후 지지율과 국정 동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