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육성 공개 파장…임기 반환점 앞두고 레임덕 가속화 전망

2024.11.01 16:54

정진석 “녹취는 아무 문제 될 게 없다”

대통령실 해명에도 윤 대통령 지지율 20%선 붕괴

육성 파일에 대통령실 내부도 당황 기류

윤 대통령 ‘사과’에는 선 그은 대통령실

‘결자해지’ 요구 목소리 커질 듯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4 대한민국 소상공인대회 개막식에서 축사를 위해 입장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4 대한민국 소상공인대회 개막식에서 축사를 위해 입장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과 명태균씨의 통화 음성 공개에 따른 파장이 커지고 있다.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해온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처음으로 10%대로 추락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고 윤 대통령의 지지 기반에서도 민심 이반 현상이 뚜렷했다. 대통령실 내부에서도 당황한 분위기가 읽히는 등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 동력이 크게 훼손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결자해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은 1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녹취는 정치적으로, 법적으로, 상식적으로 아무 문제 될 게 없는 내용이라는 것을 분명히 대통령실이 확인해드린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명씨에게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의 공천 이야기를 꺼낸 것은 “그저 좋게 이야기한 것뿐”이라는 대통령실의 전날 해명과 같은 취지다.

대통령실의 해명은 여론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9~31일 조사해 이날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직무 수행을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19%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임기 절반도 오지 않아 20%선이 붕괴된 것이다. 대통령실은 더불어민주당이 전날 오전 윤 대통령의 음성 파일을 공개한 지 2시간도 되지 않아 빠르게 입장문을 냈는데도 지지율 하락을 막지는 못했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번 사건으로 대통령실 내부에서도 당황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한 관계자는 공식 입장 외에 다른 이야기를 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면서도 “(음성 파일을 듣고) 어떻게 안 놀랄 수가 있었겠나”라고 말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참모들이 모르는 부분이 좀 있었던 것 같다”며 “일할 의욕이 나겠나. 힘이 많이들 빠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참모들은 지난달 명태균씨 관련 의혹 이 확산하자 명씨를 윤 대통령 부부와의 관계를 과시하고 다니는 흔한 경우 정도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역에서 정치를 하다 보면 명씨처럼 정치인들에게 접근하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윤 대통령도 명씨와 관계를 끊어냈고 김건희 여사가 명씨와 연락을 주고받은 것은 단순한 호의 차원이었다는 게 다수 참모들의 주장이었다. “사기꾼(명씨)의 주장”을 보도하는 언론에 대한 섭섭함을 토로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런 주장은 윤 대통령이 “(공천관리위원회에) 김영선이를 좀 해줘라 그랬는데”라고 말하는 파일이 공개되자 힘을 잃게 됐다.

윤 대통령의 임기 반환점을 앞두고 레임덕이 가속할 가능성이 커졌다. 무엇보다 윤 대통령이 국정 운영의 기치로 내걸었던 ‘공정과 상식’의 기반이 위태로워진 상황이어서 국정 동력을 회복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치는 명분의 싸움이고 명분을 이루는 것은 정부의 국정 철학이라면서 “지금 그 기둥이 흔들흔들한다”고 말했다.

여론을 대하는 대통령실의 자세가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그동안 대통령실은 지지율이 떨어질수록 민생과 개혁 과제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이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국무회의에서 연내 가시적인 개혁 과제 성과를 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치 공세적 이슈가 아니라 정책에 집중을 하면 국민이 언젠가 알아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발언이다. 이런 전략은 오히려 윤 대통령의 ‘마이웨이’ 국정 운영, 독선적인 이미지를 강화하는 쪽으로 작용했다.

정책 성과를 부각하기에는 “상황이 녹록지 않은 건 맞다”는 말이 대통령실에서도 나온다. 한 관계자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참모들이 열심히 머리를 맞대고 있다”면서도 윤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말을 아꼈다. 정 실장은 이날 국감에서 “(윤 대통령의 육성 공개가) 사과할 정도의 문제는 아니다”라고 했다.

오는 10일 임기 반환점을 도는 윤 대통령은 이달 중 대국민 소통 자리를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명씨와 관련한 입장을 어떤 방식으로든 표명해야 하는 시점인 만큼 윤 대통령의 메시지 수위와 형식이 향후 지지율과 국정 동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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