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퇴치부터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까지…60년 국민건강 지킴이

2024.11.02 09:00 입력 2024.11.02 09:03 수정

건강관리협회, 다가올 60년 준비

웨어러블·앱 활용 만성질환 관리

유전정보로 질병 예측 연구 활발

기생충 퇴치부터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까지…60년 국민건강 지킴이

한국건강관리협회의 전신인 한국기생충박멸협회 당시 연구진이 기생충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위 사진)연구진이 차세대염기서열분석 패널검사를 통해 유전자 정보를 분석하고 있다.  한국건강관리협회 제공

한국건강관리협회의 전신인 한국기생충박멸협회 당시 연구진이 기생충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위 사진)연구진이 차세대염기서열분석 패널검사를 통해 유전자 정보를 분석하고 있다. 한국건강관리협회 제공

MZ세대라면 뜨악할 이야기지만 기성세대에겐 학교에서 나눠준 채변봉투에 대변을 담아 제출했던 기억이 아직도 새록새록하다. 다들 봉투 입구를 성냥불로 지져가며 밀봉했음에도 이 과정이 미흡했던 누군가의 봉투에서 냄새가 퍼져나오던 일이나, 가난한 시절 대변조차 나오지 못할 정도로 먹을 것이 없어 골목길 개똥을 담아 갔더니 검사 결과 온갖 기생충이 다 검출돼 담임교사에게 불려갔다는 이야기까지. 그 시절을 살았던 세대는 대변으로 기생충검사를 하면서 생긴 에피소드를 저마다 한 가지씩은 갖고 있을 것이다.

당시 학생은 물론 전 국민의 기생충 예방을 위해 나섰던 한국기생충박멸협회는 1986년부터 한국건강관리협회(건협)라는 현재의 이름으로 더 폭넓은 건강 관련 검진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창립 60주년을 맞은 올해는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 패널검사’를 비롯해 첨단 의학에 바탕을 둔 다양한 검진 프로그램을 도입해 지역사회의 건강관리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시대가 바뀌어 공공보건 수준이 높아지면서 건강관리를 위해 의학을 적용하는 범위도 넓어졌다. 특히 질병 진단과 치료, 예방은 물론 일상생활 관리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 정보에 대한 관심이 커짐에 따라 건협은 지난해부터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 유전자 패널검사를 도입해 실시하고 있다. 암 관련 35종, 급성심정지 관련 41종을 중심으로 시행하는 이 검사를 통해 DNA의 염기서열 정보를 저렴한 비용으로도 빠르게 읽고 분석할 수 있다. 예방 목적의 대표적인 검사여서 현재 질환을 앓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은 아니며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유전자 변이를 확인해 해당 유전자의 영향으로 나타날 수 있는 치명적인 질환을 예방하는 데 효과를 보이고 있다.

특정 유전자의 변이가 있으면 체내 중요한 기능을 하는 효소가 제대로 생성되지 않는 등 여러 질환을 유발하기 쉽다. 이 검사는 유전자의 영향을 받아 향후 암에 걸리거나 젊은 나이인데도 심장질환이 발생하고, 유전성 희귀질환이 나타나는 상황에 가능한 한 빨리 대처할 수 있게 돕는다. 암 유전 패널검사 35종을 통해선 전체 암의 5∼10%를 차지하는 유전암을 발생시키는 원인 유전자에 변이가 있는지 진단할 수 있다. 유전성 유방암, 린치증후군(대장암), 가족성 샘종성 용종증 등 유전의 영향이 큰 편인 주요 암종에 초점을 맞춰 세밀히 살펴볼 수 있다. 급성심정지 유전 패널검사 41종에서도 심혈관질환에 작용하는 유전적 요인을 밝혀낼 수 있다.

건협은 1964년 창립된 이래 건강증진을 통한 삶의 질 향상을 목적으로 다양한 보건의료 활동을 수행해오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업으로는 전국 17개 시도지부 건강증진의원을 통해 질병을 조기에 진단하는 한편 질병 위험인자를 찾아내는 건강검진사업이 꼽힌다. 치료에서 예방으로 의료의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건강 증진을 위해 웨어러블 디바이스와 애플리케이션 등을 활용한 당뇨 등 만성질환 관리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하며, 가상현실(VR)을 통해 정신건강 관리를 지원하는 등 다양한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비만 예방, 금연, 절주 등 개인별 목표에 적합한 맞춤형 프로그램과 당뇨 위험군 관리 프로그램은 물론 건강검진 역시 맞춤형으로 진행한다. 시니어·갱년기 건강검진처럼 연령대에 맞춘 검진은 물론 인지기능(치매)·심뇌혈관·소화기·암 등 질환 범주별 정밀검진도 제공한다.

건협은 지난 60년간 시대마다 달라진 건강에 대한 요구에 귀기울여 왔다. 1960~1970년대 기생충 퇴치사업에 주력했던 시절을 지나 1980~1990년대에는 건강검진 체계를 정착시켰고, 2000년대 들어선 질병 예방을 위한 건강생활 습관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 또 이와 함께 어려운 이웃과 동행하는 사회공헌사업, 개발도상국의 건강증진을 돕는 국제개발협력사업, 건강지표와 관련된 근거를 마련하는 조사·연구사업도 다방면으로 진행 중이다. 가까운 미래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 첨단기술의 도움을 받아 개인의 유전정보를 바탕으로 질병을 예측하는 개인맞춤형 서비스가 가능해질 시대에 대비한 연구를 이어가는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김인원 건협 회장은 “한국건강관리협회는 지난 60년간 국내 보건의료 흐름과 함께하며 국민건강에 앞장선 결과, 전 세계가 인정하는 ‘기생충 박멸의 신화’를 이뤘고 과학적인 건강검진 체계를 정착시켜 왔다”며 “앞으로도 질병 예방과 예측을 통한 맞춤형 의료서비스와 근거 중심의 연구를 통해 국민 건강증진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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