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생률·중증도 낮아
여성이 자폐증을 유발하는 유전적 요인에 대한 내성이 더 커서 자폐 발생률과 중증도가 남성보다 더 낮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유희정 교수팀은 성별에 따른 자폐의 유전적 원인 및 차이를 규명한 연구를 국제학술지 ‘지놈 메디신’에 게재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자폐성 장애인이 속한 673가구(2255명)의 유전체 데이터를 분석해 각 성별에서 특징적으로 나타난 자폐 위험 유전자를 발굴했다.
자폐란 타인과의 상호작용에 어려움을 겪으며 제한적이고 반복적인 행동에 주된 흥미를 보이는 복합적인 신경 발달장애다. 남녀 간 유병률 차이가 4 대1 정도로 남성에게 더 잘 나타나지만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고,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인을 대상으로 한 관련 연구도 거의 없는 상황이었다.
연구진이 동아시아 최대 규모의 유전체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자폐를 유발하는 유전적 측면에서 남녀 간에는 서로 다른 기전이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전 변이가 특정 질환이나 장애로 발현될 확률을 계산한 점수인 양적 유전점수는 여성이 더 높았으나, 이 같은 유전적 부담에 대한 내성 또한 여성이 더 큰 편이어서 오히려 자폐 발생률과 중증도는 여성이 남성보다 더 낮았다. 또 남성 자폐 유전자는 신경세포 간의 소통을 담당하는 시냅스에 주로 영향을 미친 반면, 여성 자폐 유전자는 유전자 발현 조절의 핵심 요소인 염색질과 히스톤에 영향을 미치는 등의 차이도 발견됐다.
연구진은 이 연구가 한국인을 대상으로는 최초로 자폐 관련 유전적 원인을 분석하고 남녀에게 서로 다른 방식으로 자폐가 발생하는 기전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유희정 교수는 “이번 연구로 자폐 유전자가 남녀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었다”며 “자폐의 원인을 밝히고 개별 특성을 반영한 정밀 의료를 구현할 수 있도록 연구를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