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시는 김밥 축제·구미시는 라면 축제…
지역축제가 틀을 깨고 ‘힙’해지자 젊은 발길 이어진다
천편일률적인 통돼지 바비큐와 파전, 요란한 초대가수 무대… 구태의연했던 지역축제가 새로운 아이디어로 부활하고 있다. 김천시가 김밥축제를, 국내 최대 라면 공장이 있는 구미시는 라면축제를, 공주시는 ‘프린세스 페스티벌’을 열었다. 축제가 재밌어지자 젊은이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6일과 27일 양일간 김 한 장 나오지 않는 내륙도시 경북 김천시에서 ‘김밥축제’가 열렸다. 그 시작은 다소 씁쓸해지는 설문조사 결과에서 비롯됐다. 김천시가 ‘MZ세대를 대상으로 국내 여행 트렌드 조사’를 벌였다. ‘김천’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냐는 질문에 가장 많은 답변은 특산물인 포도도, 자두도 아닌 ‘김밥’이었다. 젊은이들에게 ‘김천’은 분식 프랜차이즈 ‘김밥천국’의 줄임말로 더 익숙했다. 김천시 관광마케팅과는 ‘이렇게 된 마당에 김밥축제를 열어보자’며 ‘러키비키적 사고’로 축제 준비를 시작했다.
김천시 관광마케팅과 김봉근 팀장이 밝힌 김밥축제의 당초 예산은 1억원이었다. 그는 “무대 만드는 데 5000만원에서 7000만원이 소요되기 때문에 유명 가수 섭외는 애초에 무리였다”며 “대신 김밥과 함께 소풍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아기자기한 축제를 만들어보자고 팀원 3명이 의기투합했다”고 말했다.
축제 장소인 사명대사공원은 김천의 대표적인 가을철 단풍 명소다. 정성껏 꾸미고 김밥만 추가하면 완벽한 피크닉 장소가 되어 방문객이 오리라는 확신은 있었다. 주최 예측 방문자는 최대 3만명, 하지만 10만명 인파가 몰려들어 김밥은 오후 3시 전에 동이 나고 말았다.
축제 방문객들은 한 줄 아닌, ‘반줄 김밥’을 판매해 다양한 김밥을 먹을 수 있도록 한 점, 일회용 포장 용기 대신 뻥튀기나 다회용기를 쓴 점, 귀여운 이름의 축제 캐릭터 ‘꼬달이’ 등에 높은 점수를 줬다. 단 수요 예측 실패로 김밥축제에서 김밥을 먹지 못하고 돌아섰다는 것은 보완점으로 꼽았다.
“내년에는 김밥축제를 더욱 확장해 전국 팔도 김밥으로 부스를 더 넓히고 김밥 재료도 싸게 사가실 수 있도록 할 예정이에요.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김밥으로 ‘대한민국 대표 축제’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국내 최대 김과 쌀 생산지인 전남도 이에 질세라 11월1일부터 3일까지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2024 전남 세계 김밥 페스티벌’을 연다. 행사 연출을 맡은 백소라 감독은 “김밥 재료로 재탄생한 전남의 풍부한 식재료를 소개하는 것이 메인 테마”라고 소개했다. 현장에서는 꼬시래기 김밥, 괴기(매운 불고기) 김밥, 전복 김밥, 쑥부쟁이 김밥, 죽떡(죽순과 떡갈비) 김밥 등 5가지 김밥이 무료 시식용으로 제공된다.
라면도 축제의 주인공이 됐다. 11월1~3일 열리는 ‘구미라면축제’는 구미시가 국내 최대 라면 생산공장인 농심 구미공장을 품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기획한 축제로 올해로 3년 차를 맞았다. 공장에서 갓 튀긴 라면을 구입하거나, 이색 라면 요리도 맛볼 수 있다.
지난해 축제에는 3일간 총 8만명이 방문했으며 올해는 더 많은 방문객을 기대하고 있다. 구미 낭만관광과 최진아 팀장은 “‘이색 라면 요리’를 개발한 식당들과 가격 협의에 신경 썼다”며 “방문객들이 부담 없이 축제를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육전신라면이 7000원, 야채곱창라면 6000원, 삼보해물라면 6000원, 물라면이 3000원에 판매될 예정이다.
이색 아이디어로 무장한 축제들이 흥하자 온라인상에서는 “화성은 외계인, 고양은 고양이, 고성은 샤우팅, 성남은 분노, 곡성은 오컬트, 세종은 받아쓰기를 테마로 축제를 열라”는 글이 화제다. 해학이 넘치는 민족은 이미 축제를 즐길 준비가 되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