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산문학상에 김희선 작가·강은교 시인·서영채 평론가

2024.11.05 16:00 입력 2024.11.05 20:01 수정

대산문화재단이 5일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에서 연 대산문학상 수상자 기자간담회에서 강은교 시인(왼쪽부터), 김희선 작가, 서영채 평론가가 각자의 저서를 들고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산문화재단이 5일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에서 연 대산문학상 수상자 기자간담회에서 강은교 시인(왼쪽부터), 김희선 작가, 서영채 평론가가 각자의 저서를 들고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끄러운 세상에서 목소리가 작은 사람들, 목소리가 없는 사람들에게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말을 똑같이 받아적는 게 저의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이 자리에 오면서도 가장 먼저 떠오른 게 그 분들입니다.”

김희선 작가가 <247의 모든 것>으로 대산문학상 소설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대산문화재단은 5일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제32회 대산문학상 수상작을 발표했다.

시 부문에는 <미래슈퍼 옆 환상가게>의 강은교 시인이, 평론 부문에는 <우정의 정원>의 서영채 평론가가, 번역 부문에는 정보라 작가의 <저주토끼>를 스페인어로 번역한 알바로 트리고 말도나도가 각각 선정됐다.

김희선 작가의 <247의 모든 것>은 바이러스에 대한 상상력을 역동적으로 펼친 작품으로 변종 니파바이러스의 확진자 넘버 247이 집단의 희생양이 되어 지구에서 추방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소설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를 환기하며 공중보건을 위한 통제와 검열, 개인을 희생시키는 시스템, 안전을 위한 동물 살처분 등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들에 대해 묻는다. 심사위원단은 “분위기에 따라 너무 쉽게 흥분하고 편을 가르며 편이 아닌 쪽을 타자화하고 희생양을 만드려 하는 경향에 대한 성찰과 아울러 바이러스의 상상력과 관련한 생태적 탐문의 중요성을 숙고하게 한다”고 평했다.

강 시인의 시집 <미래슈퍼 옆 환상가게>는 1971년 발간된 시인의 첫 시집 <허무집>에 실린 ‘비리데기의 여행노래’ 연작시를 잇는 자리에 놓인다. 수상 시집의 2부에 등장하는 ‘당고마기고모’는 ‘당금애기’ 설화를 환기하는 인물로 버림받은 여성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바리데기’ 설화를 변용한 ‘비리데기’와도 연결된다. 심사위원단은 “첫 시집으로부터 긴 세월을 지나 이번 시집에서 강은교는 폭력을 당하고 버림받고도 생명을 잉태해 살아가는 ‘당금애기’ 설화 속 인물을 변용해 ‘당고마기고모’라는 새로운 인물을 창안해 낸다”고 평했다. 강 시인은 수상소감에서 “자아의 내면적인 이야기만 쓰면 시가 안된다”라며 “내면과 외면이 합쳐지는 껴안기, 문학과 사회가 합일될 때 공감과 따뜻함을 줄 수 있는 시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앞으로도 그런 길을 갈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심사위원단은 서영채 평론가의 <우정의 정원>을 두고 “김윤식과 조동일에 대한 진중하고도 진솔한 평문은 특히 압권인데, 전체를 조망하면서도 대결과 비판을 넘어 마음의 폭이 넓은 사람만이 다다를 수 있는 평론의 품격을 보여준다”라고 평했다. 알바로 트리고 말도나도의 <저주토끼> 스페인어 번역에 대해서는 “장르가 다르면 문체도 달라지고 어울리는 단어도 달라지는데 가능한 범위 안에서 그 과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고 선정이유를 밝혔다.

대산문학상은 대산문화재단(이사장 신창재)이 운영하는 종합문학상이다. 매년 시·소설·번역 부문을 시상하고, 희곡과 평론 부문은 격년제로 시상하며 올해는 평론 부문 수상자를 발표했다. 시상식은 이달 28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열린다. 수상자에겐 각각 5000만원의 상금과 양화선 조각가의 청동 조각 ‘소나무’ 상패가 주어진다. 올해 수상작은 대산문화재단의 내년도 번역지원 공모를 통해 주요 외국어로 번역돼 해외에 소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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