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미국 대선

“믿고 싶지 않다” 한숨·침묵만 흐른 해리스 캠프

2024.11.06 16:53 입력 2024.11.06 17:18 수정

5일(현지시간) 밤 워싱턴DC 하워드 대학교에서 열린 ‘선거의 밤’ 행사에 참여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지지자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개표 방송을 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5일(현지시간) 밤 워싱턴DC 하워드 대학교에서 열린 ‘선거의 밤’ 행사에 참여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지지자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개표 방송을 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최초의 여성 흑인 대통령’ 탄생의 순간을 기대하며 5일(현지시간) 대선 개표 상황을 지켜보던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캠프와 지지자들의 표정은 빠르게 어두워졌다. 개표가 시작되고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 소식이 잇따라 들려오면서 지지자들 사이에는 적막이 흘렀고, 애써 실망감을 감추던 해리스 캠프는 트럼프 전 대통령 승리가 유력해지자 연설을 취소했다.

기대감이 실망으로…한숨소리만 가득

AP통신과 CNN 등 보도를 종합하면, 이날 투표가 마무리되면서 미국 수도 워싱턴에 있는 해리스 부통령의 모교 하워드대학에서는 ‘선거의 밤’ 행사가 열렸다.

본격적으로 개표 결과가 나오기 전부터 이곳에 모인 지지자들은 해리스 부통령의 승리를 기대하며 상기된 모습이었다. 이 대학 졸업생인 토니 머레이는 “해리스 부통령은 분명히 차기 대통령이 될 것”이라며 “역사적인 밤에 함께하게 돼서 행복하다”고 말했다.

5일(현지시간) 밤 워싱턴DC 하워드 대학교에서 열린 ‘선거의 밤’ 행사에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지지자들이 참석해 미국 국기를 흔들며 환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5일(현지시간) 밤 워싱턴DC 하워드 대학교에서 열린 ‘선거의 밤’ 행사에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지지자들이 참석해 미국 국기를 흔들며 환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하워드 대학은 이날 수업을 모두 취소하고 주변 교통을 통제하며 만반의 준비를 했다. 커다란 음악 소리가 울려 퍼지는 운동장에서 지지자들은 춤을 추며 환호했고, 음악 소리에 맞춰 박수를 치는 등 들뜬 모습이었다.

환호 소리는 오래가지 않았다. 행사장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 개표 결과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분위기가 빠르게 가라앉았고, 자정 무렵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경합주 7곳 중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첫 승리를 가져갔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곳곳에서 한숨 소리와 탄식이 터져 나왔다. 일부 지지자들은 힘이 빠진 듯 잔디밭에 주저앉아 휴대폰만 들여다보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6일(현지시간) 개표 상황을 보기 위해 워싱턴DC 하워드 대학에서 열린 ‘선거의 밤’ 행사에 참석했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지지자들이 연설이 취소됐다는 소식을 접한 뒤 행사장을 떠나고 있다. AP연합뉴스

6일(현지시간) 개표 상황을 보기 위해 워싱턴DC 하워드 대학에서 열린 ‘선거의 밤’ 행사에 참석했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지지자들이 연설이 취소됐다는 소식을 접한 뒤 행사장을 떠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어 스크린에 재생 중이던 CNN 개표방송에서 한 진행자가 “오늘 밤은 2020년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된) 2016년과 비슷하다”고 말하자 해리스 캠프는 방송을 끄고 신나는 음악을 틀었다. 그러나 운동장에 모여 있던 지지자들은 하나둘 행사장을 빠져나가며 침울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하는 마케다 호튼은 “당연히 실망스럽지만,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며 집으로 돌아가 밤새 개표 상황을 지켜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워드대학 1학년인 마리암 콜리는 “아직 끝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믿고 싶지도 않다”며 “나는 여전히 미국의 선함을 믿는다. 내 믿음이 헛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표정 관리하던 해리스 캠프, 연설 취소

하워드대학에서 지지자들과 함께 개표 방송을 보며 연설할 예정이었던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일단 기다려봐야 한다’며 애써 표정관리를 하던 해리스 캠프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경합주 2곳에서 먼저 승리하며 ‘매직넘버’ 확보에 가까워지자 연설 일정을 취소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지난 4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마지막 선거 유세를 하기 전 선거캠프 참모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지난 4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마지막 선거 유세를 하기 전 선거캠프 참모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해리스 캠프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인 세드릭 리치먼드는 하워드 대학에 모인 지지자들 앞에서 해리스 부통령 연설이 다음날로 연기됐다는 소식을 전했다. 그는 “이 자리에 와 주셔서 감사하다. 아직 결과가 확정되지 않은 주들이 있다”며 “개표가 모두 마무리되기를 기다리면서 밤새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을 끝까지 지켜보려던 지지자들도 연설이 취소된 뒤로는 빠르게 자리를 떠났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대부분 지지자들이 침묵 속에 떠나고 있다”며 “2016년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패배했을 때처럼 충격을 받거나 눈물을 쏟는 이들은 보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6일(현지시간) 워싱턴DC 하워드 대학에서 열린 ‘선거의 밤’ 행사에 참석했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지지자들이 빠져나가면서 운동장이 텅 비어 있다. AP연합뉴스

6일(현지시간) 워싱턴DC 하워드 대학에서 열린 ‘선거의 밤’ 행사에 참석했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지지자들이 빠져나가면서 운동장이 텅 비어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 캠프 대변인인 캐롤라인 레빗은 엑스(옛 트위터)에 해리스 부통령의 지지자들이 하워드 대학 행사장을 떠나고 있다는 기사를 공유하며 “(대학) 건물에서 기쁨이 사라진 것 같다”고 적었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