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기자회견을 하루 앞둔 6일 당내 중진 의원들과 연쇄 회동했다. 윤 대통령에게 전면적 쇄신책을 요구하는 압박 행보를 이어간 것으로 풀이된다. 친윤석열(친윤)계는 “대통령의 시간”이라며 불편함을 드러냈다.
한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5·6선, 3·4선 중진 의원들과 각각 간담회를 열었다. 한 대표는 이날 윤 대통령의 담화와 회견에 대해 말을 아낀 대신 간담회 개최로 당 차원의 쇄신 요구를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와 5·6선 의원들은 간담회에서 “내일 대통령 담화가 국민에 겸허한 자세로 변화와 쇄신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당내 최다선(6선)이자 친한동훈(친한)계로 분류되는 조경태 의원은 간담회 참석 후 기자들에게 “‘국민들 눈높이에 맞는 담화문이 될 것이냐’에 대한 우려와 ‘기대 수준은 맞출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함께하는 자리였다”며 “기대치 이하로 나오게 되면 국민들이 가만히 안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실의 인적쇄신에 대해 “대폭 했으면 좋겠다”고, 김건희 여사 수사에 대해 “그게 (담화에) 담겼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친한계도 대통령실을 향한 압박을 이어갔다.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은 채널A 유튜브에서 윤 대통령의 담화·회견 금기어로 “불법” “인위적 쇄신은 없다” “박절하지 못해서 그랬다”를 꼽았다. “정치는 합법, 불법을 따지는 게 아니며, 인사 자체가 인위적 조치”란 것이다. 그는 이어 “단순 사과로는 이젠 안 된다”며 “앞으로 (김 여사가) 활동 중단을 하겠다는 대선 과정에서의 대국민 약속으로 돌아가야 풀린다”고 촉구했다. 장동혁 최고위원도 CBS 라디오에서 한 대표의 김 여사 활동 중단 주장은 외교활동을 포함한 전면적 활동 중단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친윤계는 한 대표의 압박 행보에 반감을 드러냈다. 한 대표의 요구에 윤 대통령이 등 떠밀려 대책을 내놓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권영세 의원은 간담회 참석 후 기자들에게 “대통령실이 주도해서 여러 쇄신이나 개혁안을 만들어 시행하는 게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철규 의원은 KBS 라디오에서 한 대표를 겨냥해 “우리 당이 여러 가지 어려움에 처해 있는데 그런 것들은 물밑 대화를 통해서 충분히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것”이라며 “공개적으로 요구함으로써 대국민 담화나 대통령실의 결단이 퇴색되게 된다”고 말했다.
조정훈 의원은 MBC 라디오에서 “대통령에게 이래라 저래라 당대표부터 주문을 오만가지 하지 않았겠나”라며 윤 대통령을 향해 “힘내시라”고 말했다. 나경원 의원은 간담회 참석 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지금은 대통령의 시간이다. 기다려야 할 때”라며 “제언으로 포장되는 압박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내일 담화 발표 이후 당정은 후반기 국정 동력 확보를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