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와 경북도가 행정통합안에 극적으로 합의했지만 경북 북부지역을 중심으로 통합 반대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경북 제1도시인 포항시도 최근 통합에 대한 우려를 공개적으로 내비치는 등 반발이 적지 않아 향후 통합 논의에 진통이 예상된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지난 6일 “대구·경북 행정통합을 너무 서두르는 것 같아서 걱정”이라며 “시장이 시민들의 이익과 도시의 발전을 대변할 책무가 있는 만큼 시민들의 생각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행정통합과 관련해 포항시가 갖는 이점 또는 제약을 자세히 살펴야 한다”며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했지만 제도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만큼 대구·경북 통합도 심사숙고해서 잘 살피고 거듭 시민의 관점에서 생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북 남부지역 단체장이 TK행정통합과 관련해 회의적인 반응을 내비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포항은 약 49만명이 사는 경북에서 가장 큰 도시로 대구와 인접해 있다. 그간 경북 북부지역에서는 통합 효과가 불분명하고 통합 이후 대구를 중심으로 한 남부권 집중 현상이 심해질 것이라는 이유 등으로 행정통합을 반대해왔다.
지역 정치권 한 관계자는 “이해관계자가 얽히고설킨 통합과 관련해 시장·군수 의견은 완전히 배제됐다고 불만이 큰 단체장이 많다”며 “통합단체장의 경우 현 홍준표 대구시장이나 이철우 경북도지사, 추경호 원내대표 등의 거물급이 거론된다. 경북지역 단체장에게는 당장 경북도지사 자리가 하나 없어지는 것과 같아 정치적 반발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행정통합 논의가 본격화되자 경북 북부지역의 반대 목소리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안동시·예천군 의회와 주민자치위원회, 이·통장협의회 등 주민단체들은 지난달 31일 포항시청을 찾아 행정통합 반대를 외치는 규탄 시위를 벌였다. 이날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주재하는 중앙·지방 정책협의회가 진행된 날이다.
지난달 24일 열린 시장·군수협의회 정기회의에서도 행정통합이 대구시와 경북도 주도로 일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 강영석 상주시장은 “(행정통합이)번갯불에 콩 볶듯 진행되고 있다. 각 시·군과의 협의 조정 등 현장 소통이 부족해 신뢰하기 힘들다”며 “2026년 선거를 앞두고 있는데 성급하게 추진하면 역사적 과오로 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동·영주·예천·영양·봉화 등의 지역 의회는 행정통합 반대 결의문까지 채택했다. 더불어민주당 안동·예천지역위원회 소속 기초의원들은 지난 6일 경북도청 신도시에서 행정통합 논의에 반대하는 1인 시위를 진행 중이다.
시민단체에서는 주민투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민투표를 통해 진정한 의사를 확인할 수 있고 국회 설득 과정에서 정당성도 확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구참여연대는 “주민투표도 없이 시·도 의회의 의결로 결정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행정통합의 실질적 주체는 시·도민과 기초 지방자치단체들인 만큼 주민투표로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TK 행정통합은 지난 5월 홍준표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지사가 ‘2026년 공식 출범’을 목표로 논의를 공식화했지만, 통합 후 시·군 권한 축소 여부 등을 두고 갈등하다 3개월여만에 “장기과제로 돌리자”면서 무산 위기에 놓였다.
이후 행정안전부와 지방시대위원회 등이 행정통합 논의를 이어가기 위한 물밑작업을 해왔고 지난달 11일 두 지자체에 중재안을 제시했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해당 중재안을 수용하고 2026년 7월까지 ‘대구경북특별시’를 출범하기로 하고 공동 합의문에 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