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2기 행정부에서 대만은 국방비 압박과 보호주의 무역 정책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라이칭더 대만 총통은 6일 엑스(트위터)에 “트럼프의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공유된 가치와 이익을 기반으로 한 대만과 미국의 파트너 관계는 지역의 안정에 주춧돌 역할을 계속하고 양국 모든 국민에게 더 큰 경제적 번영을 가져다 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대만 외교부도 트럼프 행정부 1기 시절 대만·미국 교류가 진전했다며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도 1기 때의 긍정적 입장을 지속하고 양국 관계를 강화하도록 신중하게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시보는 7일 소식통을 인용해 대만이 라이 총통과 트럼프 당선인의 전화 통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에 첫 당선됐던 2016년 12월 당시 차이잉원 당시 대만 총통의 축하 전화를 받았다. 미국이 1979년 대만과 단교한 이후 37년 만에 이뤄진 첫 정상 간 통화였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 통화 이후 중국이 예상보다 격렬하게 반발했다며 불만을 표출한 적 있다고 중국시보는 전했다.
대만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에 기대감보다는 불안감이 감지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집권 1기 시절 대만과 우호적 관계를 맺었지만 대만 문제를 거래 대상으로 인식하는 관점을 점점 드러냈다. 그는 이번 대선 기간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대만이 미국 반도체 산업의 100%를 빼앗아갔다”며 “그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2018~2019년 트럼프 1기 때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냈던 존 볼턴은 트럼프 2기 하의 대만이 매우 우려된다며 “대만은 잠재적으로 끝날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외교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나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처럼 ‘사적 친분’이 있는 지도자를 중시하는데 미국 진보주의 노선에 발맞춰 온 민진당이 공화당과 인적 네트워크가 약하다는 점도 약점으로 지적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통과시킨 반도체지원법에도 부정적 견해를 드러냈다. 이 법안은 삼성이나 TSMC 등 미국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한 반도체 업체에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트럼프 당선인은 외국 업체에 ‘당근’보다는 ‘채찍’을 더 많이 사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바이든 정부는 TSMC의 애리조나주 피닉스 반도체 공장 건설에 66억달러의 보조금과 최대 50억달러의 저리대출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트럼프 당선으로 해당 거래가 취소될 경우 TSMC가 66억달러의 보조금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과의 관계가 불투명해지면서 TSMC 주가가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대만이 미국에 안보 무임승차를 해 오고 있다며 방위비를 인상할 것을 요구했다.
미국의 대만 방위비 확대 압대 압력이 대만 경제에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외교전문지 더 디플로맷은 트럼프 측이 대만에 군사 지출을 GDP의 5~10%로 늘려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며 이는 비현실적이지만 결과적으로 대만의 방위비 예산 확대와 미국 무기 구매 확대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보훙후이 대만 국방부 부부장(차관)은 전날 입법원 보고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대만 국방비 예산을 국내총생산(GDP)의 2.4%에서 5%로 늘리라는 요구에 대해 국가 재정상 “불가능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