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무역주의 화신인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돼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가 차원이 다른 충격을 받게 됐다. 6일 트럼프 당선 소식에 1400원으로 치솟은 원·달러 환율은 7일에도 1400원대를 오르내리다 전날보다 0.4원 오른 1396.6원으로 마감했다.
환율 급등은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와 재정 지출 확대가 조만간 현실화될 거라는 전망 때문이다. 트럼프가 공약대로 모든 수입품에 10~20%의 보편 관세를 물리면, 미국 수출 감소로 달러의 국내 유입이 줄어 달러 가치가 높아진다. 트럼프가 국내 감세로 인한 재정적자를 메우려고 국채 발행을 늘리면 국채금리 상승으로 인한 달러 강세가 심화할 것이다. 관세 부과와 이민자 제한으로 물가가 높아지면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 인하를 늦출 수밖에 없어 이 역시 달러 강세 요인이다. 강달러는 국내 물가 상승을 압박해 서민 고통을 가중시키게 된다.
국내 산업에 미칠 후폭풍은 더 넓고 깊다. 트럼프가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칩스법(반도체과학법)을 재조정할 땐 미국 정부의 보조금 지급이 불투명해진다. 트럼프의 ‘중국 때리기’로 중국 완제품의 대미 수출이 줄면 중국에 중간재를 수출하는 한국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트럼프 공약 실현 시 한국 수출이 60조원 줄 거라는 암담한 추계도 있다. 트럼프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재협상을 요구하거나 쇠고기·과일 등 농축산물 수입 확대를 요구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트럼프는 통상정책에서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정치인이다. 한국 경제 버팀목인 수출은 험로가 확실시되고, 내수마저 회복 못하면 한국 경제는 추락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윤석열 정부는 국제 통상환경 급변에 대응할 시스템을 조기에 구축하고, 경제의 다른 축인 내수 살리기에 정책과 자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경제정책 기조를 전면 전환해 과감한 재정 투입 등 실효성 있는 내수 대책을 세우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