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30명에 진료기록 없이 투여
병원 관계자 2명도 불구속
환자 수십명에게 상습적으로 프로포폴 등을 불법 처방·투여한 서울 강남의 유명 피부·성형외과 병원장이 검찰에 넘겨졌다. 이 병원장의 아내도 해당 병원의 프로포폴을 몰래 빼내서 투약하다가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8일 서울 성동경찰서는 마약류관리법·의료법 위반, 변사체검시방해 등의 혐의로 50대 의사 A씨를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해 2월부터 올해 4월까지 자신이 운영하던 청담동의 피부·성형외과 병원에서 환자 30여명에게 진료기록 없이 프로포폴 등 마약류를 수백차례 투여한 혐의를 받는다.
A씨의 아내 B씨는 이 병원의 프로포폴을 투약하다가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4월 신고를 받고 A씨의 성동구 자택으로 출동한 경찰은 숨진 B씨를 발견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부검 결과 B씨의 사인은 프로포폴 중독이었다.
A씨는 B씨의 사망과 관련한 조사 중 검시를 앞두고 B씨 시신의 자세를 바꾼 혐의도 받는다. 경찰 관계자는 “자세를 바꾼 이유를 밝히긴 어려우나 법 조항상 혐의 적용이 가능해 검시방해 혐의를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당초 경찰은 B씨의 사망과 A씨의 관련성을 의심했으나 이같은 사실이 입증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아내 B씨가 남편 A씨 몰래 병원에서 프로포폴을 빼내와 자택에서 투약하다가 사망한 것으로 봤다.
경찰은 B씨가 프로포폴을 가져간 사실을 A씨가 몰랐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병원 관계자 C씨가 A씨가 가져간 프로포폴을 다른 환자가 투약한 것처럼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NIMS)에 한 달가량 허위로 보고했기 때문이다. A씨는 “아내가 프로포폴 중독인 줄 몰랐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C씨 등 병원 관계자 2명을 약물 투여 기록을 허위 보고한 혐의 등으로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겨졌다. C씨는 A씨가 프로포폴을 몰래 빼낸 사실을 알고도 방조한 혐의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