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와 ‘전쟁 조기 종식’ 논의한 적 없어
북한군 일부, 전투 투입돼 사상자 발생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러시아를 향한 영토 양보는 “우크라이나로서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며, 유럽 전체에는 자살행위”라고 주장했다. ‘친러’ 유럽 국가와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내놓은 해법에 선을 그은 것으로 풀이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유럽정치공동체(EPC) 정상회의에서 “푸틴에게 굴복하고, 물러서고, 양보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이는 우크라이나에 용납할 수 없는 일이며 유럽 전체에 자살행위”라고 주장했다고 AFP통신이 연설문 사본을 입수해 보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일부 유럽 지도자들이 우크라이나에 타협을 요구했다며 강력히 비난했다. 그는 “우리는 말로 하는 지원이 아니라 충분한 무기가 필요하다”며 “푸틴과의 포옹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여러분 중 일부는 20년 동안 그를 껴안아 왔지만, 상황은 점점 더 악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친러 성향 헝가리 빅토르 오르반 총리가 일시 휴전을 주장한 데 대해선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후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당선인의 ‘전쟁 조기 종식’ 계획과 관련한 질문에 세부 사항을 알지 못하며 트럼프 당선인과 논의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전쟁을 빨리 끝내기를 원한다고 믿지만, 이것이 반드시 그렇게 될 것이라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했다. 또 안보 보장이 없는 상황에서 휴전 협상에 들어가는 것은 매우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운동 당시 자신이 당선되면 24시간 내 우크라이나 전쟁 종결이 가능하다고 공언해왔다. 그는 구체적 해법은 말하지 않았지만, 현재의 경계선을 기준으로 러시아와 협상을 할 수 있다는 취지로 발언한 적은 있다. 지금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의 약 20%를 점령한 상황으로, 자국 영토를 온전히 지키겠다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구상과는 배치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우크라이나가 “양보했어야 한다”고 말한 바 있어,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 삭감·중단 가능성도 제기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 배치된 북한군 1만1000명 중 일부가 전투에 투입돼 북한군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북한군 파병에 상응한 대응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더 많은 북한군이 러시아에 배치될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다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북한군 사상자 규모를 언급하진 않았다.
EPC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인 2022년 10월 범유럽 차원의 소통·협력을 강화하자는 뜻에서 출범한 회의체로, ‘유럽연합(EU)+알파(α) 정상회의’라고도 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