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노소영 희비 가를 핵심 쟁점 ‘노태우 300억 비자금’의 향방은

2024.11.10 16:20 입력 2024.11.10 17:45 수정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오른쪽)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이 지난 4월1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이혼 소송 항소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오른쪽)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이 지난 4월1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이혼 소송 항소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대법원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상고심을 본격 심리키로 하면서 이른바 ‘노태우 300억 비자금’에 대해 어떤 결론을 내릴지 주목된다. 대법원에서는 노 관장의 부친 노태우 전 대통령이 최 회장의 부친 최종현 선경그룹(SK 전신) 회장에게 건넸다는 비자금 300억원의 실체와 불법성에 대한 공방이 펼쳐질 전망이다.

노 전 대통령의 ‘SK 비자금’ 의혹은 전부터 간헐적으로 제기됐으나 두 사람의 이혼소송에서 다시 수면 위에 떠올랐다. 이 의혹은 1991년 최 회장의 선친인 최종현 회장이 태평양증권을 인수한 직후 처음 제기됐다가 이번 소송을 거치며 32년 만에 300억원이라는 규모가 처음 확인됐다.

노 관장 측은 항소심에서 ‘선경 300억’이라고 적힌 노 전 대통령 부인 김옥숙 여사의 메모 2장과 50억원짜리 약속어음 6장을 제출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노 관장 측이 최 회장 측에 준 ‘유형적 기여’의 증거로 인정했다. 이에 따라 최 회장에게 1심의 20배가 넘는 1억3808억원을 재산분할로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비자금 300억원의 실체부터 다시 들여다볼 전망이다. 최 회장 측은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 SK로 300억원이 유입됐다는 의혹 자체를 부인해왔다. 최 회장 측은 300억원이 어느 시점에 어떤 방식으로 전달됐는지 밝혀진 내용이 없다면서 태평양증권 인수는 내부 자금이 동원됐다고 주장했다. 1995년 검찰이 관련 의혹을 수사했지만 별다른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점도 근거로 내세웠다.

앞서 항소심 재판부는 김 여사의 메모 2장을 비자금 300억원의 존재를 입증하는 증거로 인정했다. 김 여사 메모에는 노 전 대통령이 자신의 동생과 사돈인 노재우·신명수씨에게 맡긴 비자금 내역도 함께 적혀 있었는데, 이 액수는 과거 수사 과정에서 사실로 확인됐던 내용이라 메모의 신빙성을 높였다. 다만 메모와 약속어음이 비자금을 뒷받침할 만한 충분한 근거가 되는지, 비자금의 경로를 입증할 증거가 있는지는 대법원에서 다시 다퉈야 할 사안이다.

최 회장 측은 설령 비자금 300억원의 실체가 확인되더라도 불법 자금에 해당하므로 환수 대상일지언정 재산분할 대상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1991년쯤 (비자금 300억원은) 형사상 어떤 범죄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았으므로 형사 처벌 대상이 되지 않았다”며 “300억원의 금전적 지원 자체를 불법 원인 급여라고 볼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비자금에 대한 처벌 조항이 없었을 뿐 아니라 당시 사회질서에 반하는 불법 행위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통상 가사 사건에서는 재산에 불법적 요소가 있는지 따져가며 재산분할 여부를 판단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 소송이 세간의 주목을 받는 만큼 대법원이 이례적으로 분할 대상의 불법성에 관한 법리를 제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윤지상 변호사(법무법인 존재)는 10일 기자와 통화하며 “그간 분할 대상의 불법성이 중요하게 다뤄진 적이 없기 때문에 이번 소송을 계기로 대법원이 불법적 행위로 인해 재산이 형성될 경우에 대한 새로운 법리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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