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국회의원 선거 공천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가 지난 9일 창원지검에 출석해 이틀 연속 조사를 받았다. 조사를 마친 직후 명씨 변호인은 “오늘로 조사를 마쳤다”고 말했다. 추가 조사 여부를 검찰이 아닌 명씨가 결정하는 듯하다. 명씨는 8일엔 몸살과 다리 불편 등을 이유로 6시간만 조사를 받았다. 명씨는 검찰 출석에 앞서 “이 사건은 정치자금법 사건 아니냐? 그렇다면 나는 정치자금법 위반에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검찰 수사 지휘부 같은 명씨의 발언에 어이가 없을 정도다.
그런데도 검찰은 꿀 먹은 벙어리처럼 한마디 대꾸도 못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야당 인사의 검찰수사 관련 발언에 강력 대응하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명씨는 조사를 받고 나와서도 “국민 누구나 추천하고 의견을 낼 수 있는 것 아니냐. 창원국가산단도 내가 창원시에 제안했다”며 자신을 둘러싼 의혹들에 문제 될 것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명씨는 불과 한 달 전 만해도 자신이 입을 열면 윤 대통령이 탄핵될 것이라는 등 하루가 멀다고 언론에 큰소리를 쳤다. 김건희 여사의 ‘철없는 우리 오빠’ 카카오톡 메시지를 공개한 것도 명씨다. 그런데 이제 와서 명씨는 윤 대통령 부부와 나눈 얘기를 ‘가십(gossip)’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가십은 개인의 사생활이나 소문 등을 흥미 본위로 다룬 기사를 의미한다. 공천개입과 여론 조작, 창원국가산업단지 선정 개입, 대통령실 이전 결정, 윤 대통령의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 조문 취소 등과 관련된 사안이 과연 가십거리인가. 윤 대통령 부부와 명씨에겐 가십일지 몰라도 일반 시민이 보기엔 국정농단이다.
지난해 12월 경남도선거관리위원회는 공직선거법·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의 회계책임자였던 강혜경씨를 창원지검에 고발하고, 김 전 의원과 명씨 등 5명을 수사의뢰했다. 그러나 창원지검이 명씨를 압수수색 한 것은 9개월이 지나서였다. 검찰은 지난 5월 명씨와 김 전 의원의 통화 녹취 등 4000여개 파일을 확보했지만 내용 파악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한다.
최근 대검은 4명의 검사를 추가 투입해 총 11명의 검사가 명씨 관련 의혹 수사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혐의에 불기소 처분을 한 검찰은 이미 신뢰를 상실했다. 대통령 부부와의 대화가 가십이고,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만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명씨의 언동을 보면, 이번 수사도 ‘면죄부 발부’ 절차라는 의심을 떨칠 수 없다. 사건의 진상 규명과 불법성 확인을 위해서는 ‘김건희 특검’ 외 방법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