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의 복잡한 뇌혈관을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을 접목시킨 3차원(3D) 홀로그래피로 구현해 눈 앞에서 직접 보는 듯이 수술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고려대 구로병원 신경외과 윤원기 교수 연구팀은 환자의 뇌혈관 모델을 3D로 구현해 수술 과정에서 실시간으로 뇌혈관 구조를 확인하며 수술할 수 있는 기술과 프로그램을 개발했다고 22일 밝혔다. 해당 기술을 활용하면 고도의 섬세함을 필요로 하는 뇌동맥류 수술시 중첩혈관 등 위험부위를 확대하거나 360도로 회전시키며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 정상조직 손상을 최소화하는 안전한 수술이 가능하다.
뇌혈관이 꽈리(풍선) 모양으로 부풀어 오르는 질환인 뇌동맥류를 치료하기 위한 수술 전에는 혈관의 정확한 해부학적 구조를 확인할 수 있도록 3차원 뇌혈관 조영술을 시행한다. 특히 부푼 혈관 안에 코일을 채워넣는 코일색전 수술은 머리를 열지 않은 채로 뇌혈관 영상을 보며 모든 과정을 진행한다. 그런데 기존에는 3차원으로 영상을 촬영하더라도 화면에는 2차원으로 나타낼 수밖에 없다보니 충분한 공간적 감각을 수술자에게 제공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따라 수술자는 환자의 뇌혈관 영상을 통째로 외우거나 수술 중 다시 3차원 영상을 머리로 반복해 상기해야 했다. 이로 인해 복잡한 동맥류를 치료할 때 수술의 위험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 개발된 기술은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화면에 있는 뇌혈관 영상을 3차원으로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해당 기술을 수술에 적용했을 때의 효과를 측정할 수 있도록 동맥류가 생긴 지점과 동맥 줄기 사이의 각도, 위험한 동맥류 벽과 중첩된 혈관 등 여러 요소를 평가한 결과, 모든 동맥류 수술에서의 유용성이 확인됐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특히 가장 효과가 높았던 항목으로는 2차원 영상에서는 정확한 확인이 불가능했던 혈관 겹침 문제로 인한 혼동을 급감시켰다는 점이 꼽혔다.
윤원기 교수는 지금까지 120례 이상의 뇌동맥류 코일색전 수술에 이 기술을 적용해 모든 수술을 안전하게 마쳤다고 밝혔다. 동맥류가 연결된 뇌동맥과의 경계가 불명확하거나 동맥류의 크기가 클 경우 미세 도관을 비롯한 기구들이 동맥류를 파열시키거나 정상 혈관을 손상시킬 위험이 크지만 이 3차원 기술이 수술에 도움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윤 교수는 “본 기술은 고난도 수술 경험이 적은 의료진 수련에도 매우 용이하다”며 “향후 가상현실 수술 교육 시뮬레이션, 홀로그래피를 이용한 뇌수술 내비게이션 개발, 환자 설명용 공동망 시뮬레이터 등의 분야로 확대 발전시킬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