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11월 폭설에 전국에서 인명 피해와 사고가 속출했다. 반가워야 할 첫눈이 ‘공포의 습설(濕雪)’이 된 것이다. 쌓인 눈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나무가 쓰러지고, 건물 지붕과 보행로가 무너지면서 사상자가 잇따랐다. 급식실 지붕이 무너진 학교는 긴급 휴교령을 내리고, 도로에서는 53중 추돌사고가 발생했다. 비닐하우스·축사 붕괴로 인한 농가 피해와 전깃줄이 끊어지면서 발생한 정전 피해도 막심하다. 이상기후 영향으로 올겨울 갑작스러운 폭설이 더욱 빈번해질 것이라니 우려스럽다.
11월 서울에 20㎝ 넘는 폭설이 내린 것은 기상 관측 후 처음이다. 올 한 해 내내 계속된 이상기후가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친 탓이다. 역대급 여름 더위와 예년보다 높은 가을철 기온으로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2도가량 높은 상태에서 북쪽에서 찬 공기가 내려오자 많은 양의 수증기를 머금은 눈구름대가 발달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해수면 온도가 떨어지지 않고 있어 올겨울 이런 식의 기습 폭설이 잦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해수와 대기의 온도차로 발생한 ‘습설’은 기온이 낮고 건조할 때 오는 ‘건설’(乾雪)보다 훨씬 무거워, 같은 폭설이라도 그 피해가 메가톤급으로 커질 수 있다는 데 있다. 폭 10m, 길이 20m인 비닐하우스에 50㎝ 습설이 쌓이면 30t이 넘는 하중이 걸리게 된다고 한다. 건물 지붕과 구조물이 이번 폭설에 속절없이 무너져 내린 까닭이다. 기상청은 지난해 12월부터 ‘가벼운 눈’ ‘보통 눈’ ‘무거운 눈’ 등 3단계로 나눠 눈 무게 예보를 시행하고 있다. 이번 첫눈을 교훈 삼아 올겨울 기습 폭설에 더욱 적극적인 대비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무거운 눈에도 견딜 수 있도록 건축기준 또한 강화해야 한다.
‘예측불허’가 된 기후 앞에서 기상청 예보의 한계는 점점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세계기상기구에 따르면, 올해 처음으로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이 정한 기후 마지노선인 1.5도 상승을 초과할 거라고 한다. 결국 폭설 피해를 줄일 근본 대책도 기후변화를 조금이라도 늦추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온실가스 감축에 나서는 것이다. 한국은 2031~2049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조차 마련하지 않아, 지난 8월 헌법재판소로부터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았다. 정부는 국제적 추세에 훨씬 뒤처진 화석연료 사용 조기 중단과 재생에너지 확대에 더 속도를 내야 한다.